[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현안협의체 대한의사협회 2기 협상단이 출범했지만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한 대의원회 수임사항 변경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임사항이 '의대정원 증원 원천반대'에서 '의대정원 문제 적극 논의'로 한 단계 완화되는 모양새가 되면 추후 의대정원 관련 논의에서 의협 측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15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한 대의원회 수임사항 변경 여부는 의료현안협의체 2기 협상단이 출범하면서 대의원회 내부적으로 불거졌다.
최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원천반대'를 수임사항으로 유지해오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한 대의원회 운영위원은 "1기 협상단을 전면 개편하라고 권고를 낸 이유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의대정원 확대 원천반대라는 수임사항이 유지되는 상황에선 협상단이 바뀌어도 이 문제는 개선되기 힘들다"며 "의대정원과 관련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라는 식으로 수임사항이 변경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의협 집행부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확대에 동의했다는 사유로 임시대의원총회에 소집돼 집행부 탄핵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투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집행부는 탄핵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이후 의료현안협의체에선 의대정원 논의 보단 지역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논의하는 데 중점이 맞춰졌다.
즉 현재와 같이 대의원회 수임사항이 유지되는 한 협상단이 새로 개편된 것과 별개로 앞으로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대의원회도 의대정원 확대 여부와 별개로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의대정원 관련 논의는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의대정원 문제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면 정부 차원에서 패싱당할 뿐"이라며 "협의체를 통한 지속적인 논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대정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라'는 수임사항 변경이 오히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 측 협상력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수임사항이 '원천반대'에서 한 단계 완화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 의대정원 증원 여부나 증원이 불가피 할 때 규모, 구체적인 방법론 등을 논의할 때 수임사항 변경이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진 해당 의견이 더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임사항을 변경하지 않고 2기 협상단이 보다 적극적인 협의를 시작하게 되면, 집행부에 대한 내부 회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등 집행부 입장에서 내부 리스크가 커질 수 있지만 대외적인 협상력은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대의원회 수임사항을 굳이 변경하지 않고, 의료현안협의체가 바뀐 협상단을 통해 의대정원 문제를 기존보다 빈도 높게 논의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대의원회 운영위원은 "수임사항 변경은 굳이 먼저 협상 패를 까는 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현재로선 조금 더 지배적인 상황"이라며 "물론 상황에 따라선 여러 변수에 의해 수임사항 변경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편된 2기 의협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장은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 부단장은 김종구 의협 부회장(전라북도의사회장)이 맡게됐다. 협상위원으론 이승주 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의장,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의협 협상단 간사)가 참여한다. 2주간 중단됐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는 15일 오후 4시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