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오는 24일 간호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될 것으로 예정되면서 법안 통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법안 통과를 두고 간호계와 의료계의 극심한 갈등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협회는 간호인력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반면, 현재 의료법 체계 내에선 간호사 근무환경을 제대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협회, 병협, 치과의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협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는 간호법 제정이 의료법 체계의 근본을 바꿔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긍정적 측면: 간호인력 중요성 부각‧여당 내 통과 의지 명확
그렇다면 올해 간호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긍정적인 측면으론 간호법 제정에 대한 국회 내 필요성이 부각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간호 인력에 대한 중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번에 발의된 관련 법안 3건에 참여한 여·야 의원만 100여명에 달한다.
특히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 법안 통과 의지가 뚜렷한 상황이라 이번에야 말로 간호계 숙원 사업이었던 간호법 제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5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3.8명으로 OECD 평균 8.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간호 인력 이탈과 전담 병원 인력 충원이 시급한데 야당도 간호법 제정을 찬성하는 만큼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달라"고 언급했다.
“간호법 제정하되 법적책임 대폭 강화하자”…절충안 모색도
법안 통과를 위한 절충안도 모색되고 있다. 간호법을 제정하되, 여타 선진국처럼 법적책임을 강화해 문제 발생 소지를 최소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별도 간호와 조산관련 법을 분리한 국가는 독일과 캐나다, 덴마크가 있으며 간호와 조산을 함께 담고 있는 일본과 영국 사례도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간호업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영국은 포괄적인 규정을 두는 대신 간호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과 일본은 간호보조인력이 간호사의 지시 또는 위임에 의해 구분된 역할 범위 내에서 간호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서대학교 김종호 법학과 교수는 '간호법 단독입법을 통한 간호인력의 합리적 재편 방안' 연구를 통해 "현재 의료법 내에선 의료인과의 법률적 충돌 가능성으로 구체적인 간호인력의 업무와 역할, 교육제도 등을 규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간호법을 통해 간호인력과 전문간호사, 조산사,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교육과정과 면허기준 등을 명확히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이 간호를 단독입법해 간호와 조산행위 관련서비스 활동의 법적책임을 강화해 문제발생 소지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간호와 조산인력의 적정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간호법의 단독입법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부정적 측면: 의료임상 문제를 정치적 담론으로 해결, 적절치 않아
반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직역 간 형평성 문제와 이미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 때문에 간호법은 그동안 2005년 여당 박찬숙 의원과 야당 김선미 의원의 간호법을 시작으로 2019년 여당 김상희 의원과 야당 김세연 의원의 간호법까지 꾸준히 발의돼 왔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이와 더불어 의료임상의 문제를 무조건 정치적 담론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만우 보건의료정책 입법조사관은 "간호법 제정은 그동안 간호계의 의료법 내 간호 관련 조항의 개정이 매번 실패로 거듭됨에 따라 아예 독자적으로 법률을 입법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그러나 임상 실제 상의 문제점을 정치적 담론형성의 문제로 치환시켜 해결하려는 것이 타당한지는 여전히 검토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입법조사관은 "간호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간, 나아가 의사협회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도 문제"라며 "정책을 집행하고 이끌어가는 정부는 보건의료 인력정책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이 있어야 한다. 임기응변식의 수동적 대응이 아닌 거시적인 목표 아래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법 대신 의료법의 기능 확대와 재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히 간호법 제정만으론 현재 지적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부연구위원은 '간호법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간호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과 수급 목적 달성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이원적 면허체계와 수가, 직종 간 자격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인 불가능하다"며 "이는 정부 재정과 의료인과 병원 등의 지출비용과 분배 등이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자기책임 원칙이 규정되지 않는 이상 진료 영역과 책임소재 문제로 인해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 직종간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며 "의료행위의 특성상 간호 업무의 확대와 정의 규정은 의사와 간호사간 책임 귀속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의료법 상 의료인의 권한과 의무를 단순화하고 전문 의료인의 규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간호법 법률적 문제도 제기돼…통과 가능성은 ‘희박’ 예상
간호법의 법률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간호법 제16조'로 간호사가 아니면 그 누구도 간호업무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한 부분이다.
이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발의된 간호법 제16조는 의료기관에서 간호업무를 어떤 직역도 할 수 없도록 명시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의사 등에 의한 환자 관찰, 자료수집, 교육과 상담도 모두 위법이 될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선 이전에 발의됐던 간호법들에 비해 개선된 사항이 특별히 없다는 점에서 희박하다고 보는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다.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은 앞선 법안들과 큰 차이가 없다. 간호법이 항상 국회에서 발목을 잡혔던 이유는 현행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 이미 대부분 담겨 있는 내용이라는 점인데 이번에도 같은 사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다른 직역 간의 형평성 문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번에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료계 내 모든 직역에서 단독법 추진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