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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간호법' 심사 예고에 의료계 전운 고조...간호사 독자진료 등 우려

    24일 법안소위서 심사 예정...보건의료계 10개 단체 "법안 폐기않을시 강력 투쟁"

    기사입력시간 2021-11-23 07:16
    최종업데이트 2021-11-23 09:23

    대한의사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는 22일 국회 앞서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면서 의료계에 재차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간호법은 국민건강 향상 저해 우려는 물론이고 여러 직역들의 업무 범위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간호계를 제외한 보건의료계 전체가 강력한 반대 전선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여당 김민석 의원, 야당 서정숙, 최연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간호∙조산법이 24일 열리는 복지위 제1법안소위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세 법안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선 간호사 업무영역 및 처우개선 내용을 담고있다.

    '진료 보조→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돼 우려...간호∙간병통합서비스 관련 병원계 부담도

    특히 의료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은 간호사 업무 관련 내용이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경우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법은 이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했다.

    의료계는 해당 부분이 간호사가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단 입장이다. 더 나아가선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간호사의 의료기관 단독개원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는 불과 몇달 전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으로 불거졌던 논란의 재판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개정안도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의 지도에 따른 처방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에 준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명시해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도 간호법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간호사 업무 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는 내용은 타 직역의 업무범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타 직역과의 논의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병원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간호법은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과 고질적 간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들로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계 대표자들은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적정한 인력을 고용∙유지하는 등 타 직역 및 의료기관 개설자의 적극적 협조를 통해 의료기관이 충실한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해당 조항을 간호 법안에 포함하는 것은 개별 직역의 영향력 확대만을 꾀하는 것이며, 서비스의 정상적 운영에 차질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호법에 반대하며 1인 시위 중인 의협 이필수 회장과 간무협 홍옥녀 회장.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응급구조사 등도 반대..."심사 철회하고 법안 폐기하라"

    간호법에 분노하고 있는 것은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등 10개 단체는 전날(22일) 국회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간호법 통과시 강력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간호법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해서도 지도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간호조무사의 경우 현행 의료법상에서는 의사의 진료보조인력으로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으며, 노인복지법상 돌봄 인력인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노인복지시설에서 시설장의 지휘하에 돌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간무협과 요양보호사중앙회는 간호법에 대해 각각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더 악화시키고 간호사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킬 것” “200만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겠단 의도”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 발표 당시 업무 범위 침해 우려를 이유로 의료계와 의견을 같이했던 응급구조사협회 역시 간호법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10개 단체는 간호법에 대해 “간호사와 관련된 다른 직종의 권익은 침해하면서 오직 간호사의 이익만 반영한 간호법이 국민건강 향상에 역행할 것임은 자명하다”며 간호법의 심사 철회와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파업 카드를 꺼내 들기는 쉽지 않아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합리한 간호법을 관련 단체들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어 파업 얘기를 함부로 할 상황은 아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투쟁 방법이 있는 만큼 타 지역단체들과 공동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계의 반대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22일 대국민 호소문으로 맞섰다. 간협은 "(의협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 진료행위를 하게되고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된다는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하라"며 "지난해 4월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협회와 정책협약식을 맺은 여야 3당은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