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뇌졸중은 불과 몇 분의 차이가 향후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 째 바꿀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생과 사가 갈리는 것은 물론, 병원을 무사히 걸어나갈 수 있을지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지가 결정된다.
22일 대웅제약 베어홀에서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뇌졸중 심포지엄에 참석한 뇌졸중 전문가들은 사전에 원격 모니터링으로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을 관리하고, 뇌졸중 발생 시엔 원격의료를 통해 병원 전 단계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병원 이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속적인 원격 모니터링 고혈압 관리 효과...뇌졸중 일으키는 심방세동도 발견
지난 2월 동국대일산병원을 떠나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제이엘케이에 합류한 류위선 CMO(최고의학책임자)는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 신설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관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류 CMO는 “여러 국내외 연구에서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환자 대상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나와있다”며 “실제로 미국은 원격 모니터링에 대해 수가를 책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지난 2014년에 시범사업을 했었지만 정착이 안 됐다. 최근에 발의된 원격의료 법안에는 원격 모니터링 내용도 포함돼있는데 그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수가도 책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현재 비대면 진료는 그 자체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데, 그런 측면에서도 원격 모니터링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CMO는 또 “물론 현행 국내 제도하에선 아웃컴 개선이 입증되지 않은 채 단순히 혈압을 잘 떨어뜨렸단 이유만으론 수가를 인정해주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래도 심뇌혈관 질환을 겪은 환자들의 재발을 막기위한 모니터링에 대해선 보험에서 커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차 예방에 대해선 비보험 영역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박종무 교수 역시 뇌졸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원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 교수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급성 뇌졸중의 경우 발작성 심방세동이 원인이 경우가 많다”며 “그 때까지 모르고 지내다가 뇌경색으로 병원에 오고나서야 심방세동을 발견하게 되는데, 평소에 모니터링을 통해 심방세동을 미리 진단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 1인 가구가 늘고 저출산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10~20년 뒤에는 혼자 사는데 돌봐줄 자녀도 없는 고령층이 많아질 것”이라며 “체계적인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으면 보건의료 비용을 감당키 어려워질 수 있다. 고위험군에 대한 모니터링은 전향적으로 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증도 평가해 적절한 병원 신속한 이송...카카오 "원격의료 직접 제공 대신 기반기술로 지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는 뇌졸중 환자에 있어 원격의료가 활용될 수 있는 부분으로 병원 전(Pre-hospital) 단계를 들었다.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의 중증도를 빠르게 판단하고, 그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해 이송토록 하는 데 원격의료가 적용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먼저 전문의가 원격지에서 환자에 대한 신경학적 검진 및 뇌졸중 증증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뇌졸중 환자의 중증도 평가를 하게 된다. 구급대원들의 중증도 평가 역량 제고를 위해 의사들이 평소에도 이송 후 피드백이나 별도의 교육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문의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에 비해선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또 구급대와 인근 의료기관들 간에 더 나아가 의료기관 내 의료진들 간에 이미지∙영상∙음성∙텍스트 등 다양한 정보로 소통 및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통 구급대나 다른 의료기관들과는 전화를 통해 소통하지만 환자를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일반 메신저로 영상이나 사진을 주고받기엔 보안 문제가 걸린다”며 “환자의 상태 등에 대한 정보 등을 이미지∙영상∙음성∙텍스트에 기반해 소통할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 이런 정보 흐름이 원내로 이어져 빠르게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면 이상적일 것”이라고 했다.
동아대병원 신경과 김대현 교수도 병원 전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급대원들이 처음 이송한 병원에서 허탕을 쳐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첫 번째 병원이 잘못 선택되면 다음 병원으로 전원하는 데 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며 “가령 부산의 경우 첫 번째 병원에 사정이 있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려 해도 소견서 작성, 필름 카피, 사설 구급대 출동 등에 시간이 걸려 한 시간 이내에는 전원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 내에 병원들이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뇌졸중 환자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를 알려줄 수 있는 앱을 개발하면 좋을 것”이라며 “그러면 구급대원들도 병원들의 상황을 보고 이송할 병원을 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정창현 이사는 뇌졸중의 경우 환자의 삶의 질 저하 뿐 아니라 병 수발로 인한 가족들의 부담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을 안타까워 하며 IT기업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 이사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직접적으로 원격의료를 제공하기 보다는 AI 등 기반기술을 통해 관련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 이사는 “국내에 다수의 메디테크 기업들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들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앞단에 앱은 국내에서 만들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AI 등은 해외에서 만드는 식”이라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한 문제는 민감한 환자 정보 등이 해외 반출되는 데 따른 제도적 장벽이 있을 수 있단 점”이라며 “국수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 내부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같은 IT기업들은 AI, 클라우드 기반 사업을 전개해 국민의 삶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