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영상검사 수가 인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회장이 “검사 건수가 많다는 이유로 수가를 낮추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책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의료진의 법적 책임이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상 검사 증가를 부추긴다는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앞서 정부는 6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현재 204% 수준으로 과보상된 CT·MRI 검사 수가를 올해 150%로 낮춰 연 7000억원의 과다 지출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028년까지 영상검사 수가를 약 110% 까지 줄일 예정이다.
정승은 회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영상검사 원가보상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검사 수가가 높아서가 아니라 검사 건수가 많기 때문”이라며 “의료진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 속에서 동일한 인건비로 더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즉 열심히 일한 결과를 근거로 수가를 인하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검사 증가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사법리스크 증가에 따라 방어진료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꼽힌다.
그는 “최근엔 의료소송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선 검사를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법적 책임 때문에 의료진은 검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영상검사는 객관적 근거를 남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가 인하가 오히려 검사 증가를 유발하는 ‘역설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했다. 정 회장은 “수가가 내려가면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 보전을 위해 더 많은 검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원가보상률이 다시 상승하고 추가적인 수가 인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승은 회장은 대안으로 단순한 수가 조정이 아닌 ‘총량 관리’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병원별로 연간 검사 건수의 큰 틀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병원 단위로 검사 총량을 정해 놓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중심이 돼 적정 검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행위별 수가 체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지 않아 제도적 전환이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령화와 의료 발전으로 영상검사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중증도와 난이도를 반영한 차등 수가, 적정 검사 유도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대형병원에선 야간 상황에서까지 추가 판독을 수행하는 등 보이지 않는 노동이 존재한다. 이 같은 의료진의 업무 강도와 기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일 질환 CT·MRI 재촬영률이 26.8%에 달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크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선 통계 해석의 한계가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고가의료장비 재촬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CT를 촬영한 뒤 동일 질환으로 30일 이내 다른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94만4172명 가운데 26.8%인 25만3438명이 새 병원에서 CT를 다시 촬영했다.
정 회장은 “한 달 내 재촬영이라는 기준 자체가 임의적이며, 실제로는 해당 통계엔 진단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추가 촬영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예를 들어 응급 CT 이후 정밀 조영 CT가 필요한 경우나 수술 계획 수립을 위한 추가 영상은 필수적인 검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불필요한 재촬영도 일부 존재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검사다. 학회는 불필요한 재촬영 감소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MRI 인력 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일부 우려와 수용 입장을 동시에 보였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17일 MRI 운영 인력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의료기관이 MRI를 설치·운영할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전속으로 두지 않아도 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 1일, 8시간 이상 비전속으로 근무하는 경우에도 MRI 운영이 가능해진다.
관련해 정 회장은 “비전속 판독 확대는 영상의 질 저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지역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도 개편으로 비전속 근무 기준이 ‘1일 8시간 이상’으로 명확해진 만큼, 이전보다 관리 측면에서는 오히려 강화된 부분도 있다. 학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질 저하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