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 위해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성급한 결정이라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 만큼 수련목표와 연차별 수련프로그램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런 계획 없이 수련기간만 단축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1일 "이번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 감축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혹시라도 기존에 배우던 것 이하로 수련의 질이 하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라며 "수련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교육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연차별 프로그램 없는 3년 감축, 제대로 배울까?
전공의는 수련기간 동안 충분한 지식과 술기를 익혀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과중한 업무량에 노출돼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내과의 경우 4년의 전공의 수련기간 수련 외적인 잡무에 시달리다보니 결국 펠로우 과정을 거쳐야만 내시경, 초음파 등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내과 전공의 4년차인 김모 씨는 "현재 내과 전공의들은 내과 의사가 되기 위해 수련한다기 보다 입원환자를 케어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필요한 전문 지식과 술기를 배우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따라서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이면 필요한 지식과 술기를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공의는 당장 봐야할 환자도 많고, 수련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아무런 대책도, 계획도 없기 때문에 내과 전공의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4+1 체제에서 3+2로?
내과 전공의 수련과정을 내실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만 단축할 경우, 2년의 펠로우 과정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3년 수련이 부족하다보니 펠로우 과정을 통해 부족한 술기를 채우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내과 전공의들은 4년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하면 1년의 펠로우 과정을 거친다.
현재는 4+1체제지만 수련기간이 3년으로 감축되면 앞으로는 3+2체제가 돼 결국 교육기간이 같아질 수 있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향후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 전공의들은 근무시간 등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펠로우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면서 "이 때문에 펠로우들이 전공의보다 더 혹독한 업무량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도 의사들은 펠로우가 노예와 다를 바 없다는 뜻에서 '펠노예'라고 부르고 있는데 전공의 3년, 펠로우 2년 과정이 되면 수련환경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3년으로 수련기간이 줄면 현재 내과 1년차인 전공의와 내년에 들어오는 전공의는 수련이 끝나는 시기가 같아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더불어 현재 4학년인 전공의가 군 복무를 마치면 이 모든 전공의들이 동시에 펠로우를 하게 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호스피탈리스트와 전공의특별법 '안착' 중요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전문의)와 전공의특별법이 제대로 안착된 후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단축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내과 전공의들을 향후 호스피탈리스트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확실히 정착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와 전공의특별법은 이제 도입단계이기 때문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실제 처우가 좋아야 내과 전공의들이 선뜻 지원하고, 인력배분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