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간학회(AASLD) 연례학술대회(The Liver Meeting 2023)가 10~1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가운데, 아직 치료제가 없는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후보물질의 유망한 데이터가 다수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대부분 2상 단계였으며, 독특한 작용기전으로 각기 다른 효능을 보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신임상연구(Late-Breaking) 구연 발표 세션 초록을 통해 유망 MASH 신약으로 어떤 후보물질이 있고, 각 임상시험 별 특징과 결과를 알아봤다.
턴스 TERN-501, 하루 1회 경구용 제제로 단기간에 유의한 영향 보여
미국 턴스 파마슈티컬스(Terns Pharmaceuticals)는 MASH 환자를 대상으로 갑상선호르몬수용체-β(THR-β) 작용제 TERN-501을 평가한 2a상 DUET 임상시험 탑라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TERN-501은 단독요법 및 파네소이드 X 수용체(FXR) 작용제인 TERN-101과 병용해 평가됐다.
참가자들은 하루 1회 경구 투여하는 TERN-501(1 또는 3, 6㎎), TERN-101(10㎎), TERN-501(3 또는 6㎎)과 TERN-101(10㎎) 병용 치료군 또는 위약군 중 하나로 무작위 배정됐다. 1차 평가변수는 간 지방 함량(LFC)을 측정하는 자기공명영상 양성자 밀도 지방 분획(MRI-PDFF)의 기저치 대비 상대적 변화로, 12주차에 TERN-501 단독요법과 위약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TERN-501 단독요법은 6주차부터 유의미하게 LFC가 감소시켰고, 12주차에 3㎎과 6㎎ 용량에서 각각 평균 27%, 45% 상대적 감소를 나타냈다. 반면 위약군은 4% 감소해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TERN-501 투여군에서 30% 이상 MRI-PDFF 감소 달성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고, 6㎎군에서는 50% 이상 감소 달성 비율도 유의하게 높았다.
TERN-501을 TERN-101과 병용 투여하면 효능이 대체로 유지되거나 개선됐다.
TERN-501은 표적 결합의 표지자이자 조직학적 반응 예측인자인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을 유의하게 증가시켰다. TERN-501 단독요법군에서 유의한 아포지단백B(ApoB) 감소와 함께 지질 개선 효과가 관찰됐고, TERN-101 병용요법군에서는 저밀도지단백(LDL) 수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TERN-501의 내약성은 우수했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AE) 발생률은 위약과 유사했고 위장관(GI) 이상반응의 전체 발생률(7.4%)은 두 군에서 유사하게 보고됐다. 치료 관련 심혈관계(CV) 이상반응이나 심각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DUET 연구 책임자인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Houston Methodist Hospital) 마젠 누레딘(Mazen Noureddin) 교수는 "MASH는 중증 다면성 질환으로 이러한 질병 과정을 해결하는 TERN-501의 THR-β 작용 메커니즘을 뒷받침하는 추가 근거를 확인한 것은 고무적이다"면서 "단기간에 지방증과 섬유 염증 표지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TERN-501의 효능과 1일 1회 경구 투여의 편리성, 매우 긍정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은 TERN-501이 단독 요법 또는 다른 요법과 병용할 수 있는 MASH 치료제로서 유망한 후보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아케로 에프루시퍼민, 주 1회 피하주사제로 96주차까지 섬유증 추가 개선 기대
미국 아케로 테라퓨틱스(Akero Therapeutics)는 MASH로 인한 보상성 간경변(F4) 환자를 대상으로 에프루시퍼민(efruxifermin, EFX)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96주 2b상 연구인 SYMMETRY 36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36주 만에 1차 평가변수로 높은 기준을 설정했음에도 이를 충족시켰고, 96주차 장기 추적 관찰 기간이 완료된 뒤에도 EFX가 환자들에게 추가 개선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EFX는 장기 지속성 2가 Fc–FGF21 유사체다. 간 지방과 염증을 줄이고 섬유화를 역전시키며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지질을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MASH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인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 지단백질 위험 인자를 개선하는 등 MASH의 복합적인 다중 시스템 질환 상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 대상자들은 96주 동안 주 1회 피하 위약 또는 EFX(28 또는 50㎎) 투여군에 무작위로 배정(1:1:1)됐다.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36주차에 수집한 간 생검을 베이스라인과 비교해 섬유화가 1단계 이상 개선되고 MASH가 악화되지 않은 환자 비율이었다. 환자들은 96주차까지 장기 안전성 및 효능에 대한 탐색적 평가를 위해 추적 관찰되고 있다(NCT05039450).
연구 결과 위약군 14% 대비 치료군의 22%(28㎎ EFX)와 24%(50㎎ EFX)가 36주차까지 MASH 악화 없이 간 선유화가 최소 한 단계 개선되며 1차 평가변수에 도달했다.
또한 각 EFX 용량 그룹에서 4%가 보상성 간경변(F4)에서 F1 또는 F2로, MASH 악화 없이 섬유화가 3단계에서 2단계로 역전된 반면, 위약군에서는 0%였다. 63%(28㎎ EFX)와 60%(50㎎ EFX)에서 MASH가 해결된 것으로 나타나 위약 26%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SYMMETRY 책임 연구자인 피나클임상연구소(Pinnacle Clinical Research) 설립자 겸 회장 스티븐 해리슨(Stephen Harrison) 박사는 "직접 비교 연구는 수행되지 않았고 EFX 치료 기간이 짧았지만 36주차 SYMMETRY 결과는 치료가 어려운 MASH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 대조 시험에서 현재까지 보고된 가장 강력한 데이터 세트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EFX는 36주차에 섬유증 개선 추세와 관련 있었다. EFX 치료군에서 MASH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간 손상 및 섬유화 지표가 감소했으며, 포도당 및 지질 대사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변화로 미뤄봤을 때 연구 종료 시점(96주차)까지 간 섬유증의 추가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노스씨 이코사부테이트, 하루 1회 경구제로 제2형 당뇨병 환자서 효능
네덜란드 노스씨 테라퓨틱스(NorthSea Therapeutics)는 F1~F3 섬유증을 동반한 MASH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이중 FFAR1/FFAR4(GPR40/GPR120) 작용제인 이코사부테이트(Icosabutate)를 평가한 2b상 ICONA 데이터를 소개했다.
이코사부테이트는 유리지방산수용체(FFAR) 1과 4(베타-아레스틴2) 작용제다. FFAR1과 4는 내인성 GLP-1 생산,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 말초 인슐린 감수성에 대한 조직 특이적 조절을 통해 제2형 당뇨병(T2D)을 치료할 것으로 추정되는 표적이다. 간 대식세포에서 추가 항염증 효과가 있어 MASH 치료에도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ICONA 임상연구에서 대상자들은 1:1:1로 무작위 배정돼 52주 동안 하루 1회 경구 이코사부테이트 300㎎ 또는 600㎎, 위약을 투여 받았다. 1차 목표는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해결된 환자 비율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1차 평가변수는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위약 대비 이코사부테이트 600㎎ 치료군에서 보다 엄격한 평가변수인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해결되고 NAS가 2점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이 유의하게 증가했다(25.8% vs. 11.9%).
T2D 환자에서 600㎎을 투여한 결과 치료 목표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해결된 환자 비율은 35.5%(위약 8.7%), 섬유증 악화 없이 MASH 해결되고 NAS가 2점 이상 감소한 비율은 35.5%(위약 4.3%), MASH 악화 없이 섬유증 1단계 이상 개선된 비율은 19.4%(위약 0%)였다.
연구팀은 "이코사부테이트는 MASH로 인한 F1~F3 섬유화 환자에서 조직학, 간 손상/염증/섬유화의 여러 비침습적 지표, 포도당 및 지질 대사를 개선한다"면서 "T2D 환자에서 개선된 결과는 간 관련 심혈관 질환 결과를 모두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이 환자 집단에서 추가 개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결론내렸다.
노스씨는 이를 바탕으로 T2D MASH 환자를 대상으로 이코사부테이트의 개발 경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연구 책임자이자 노스씨 자문 CMO인 스티븐 해리슨 박사 "당뇨병 환자에서 MASH 유병률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당뇨병과 MASH를 모두 앓고 있는 환자는 기저에 심각한 간 섬유화 유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환자군에는 염증과 섬유증을 모두 표적하는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하며 효과적인 치료제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킹 VK2809, 2형 당뇨 유무와 섬유화 단계 영향 없이 효능 확인
이 외에도 최신임상연구 포스터 발표에서 미국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는 2b상 임상시험 VOYAGE 연구의 업데이트된 결과를 통해 T2D 환자와 F2 또는 F3 섬유증 환자 등 주요 하위그룹에서 간 지방이 유의하게 감소한 새로운 결과를 보여줬다.
VOYAGE 연구는 MASH 및 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갑상선호르몬베타수용체(TRβ) 작용제인 VK2809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임상시험이다. 앞서 바이킹은 1차 평가변수를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VK2809 투여 환자의 간 지방 함량이 시작점부터 12주차까지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었다고 보고했다.
이번에 새로 보고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앓지 않은 환자, F2 또는 F3 섬유증 환자 모두에서 간 지방이 강력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바이킹 CEO인 브라이언 리안(Brian Lian)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VK2809 효능이 T2D 유무나 환자의 섬유화 단계에 유의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증과 지방 독성이 MASH의 근본 원인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번 데이터는 중요한 질병 하위 그룹에 대한 혜택을 시사한다"면서 "2024년 상반기 VOYAGE의 52주 생검 데이터를 보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