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신포괄수가제 환자들에게 급여 혜택 '줬다 뺏기'
암환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연일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들의 약값이 내년부터 20배나 오를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태의 발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의사의 시술과 수술을 제외한 의료비를 통일시키는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한다. 약제비, 입원료, 검사비 등의 비용을 모두 묶어 한 질병이면 통일시키는 제도인데, 수가는 정부가 주로 같은 질병군의 환자들의 진료비의 ‘평균’을 내서 결정한다. 의료비를 편하게 통제하고 행정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정부는 주장했다.
신포괄수가제는 7개 질병군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567개 질병군, 98개 의료기관으로 점차 확대 운영되고 있다. 2019년부터는 4대 중증질환인 암과 뇌, 심장, 희귀난치성질환까지 포함됐다.
그런데, 이 ‘평균’이라는 기준에서 문제가 생겼다. 신약이 대거 포함된 2군 항암제의 경우 약값이 무척 비쌌기 때문에 이들이 포괄수가에 포함되는 순간 평균이 대폭 올라가 버린 것이다.
이들이 조금만 포함돼 있을 때는 영향이 미미해서 정부가 심사에 느슨했지만, 점차 이들의 사용이 늘어나며 수가 평균이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1500명이 넘는 환자가 2군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평균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결국 정부는 제도 개정을 통해 2022년부터 신포괄수가제 대상에서 2군 항암제를 제외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암환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동안 2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약값을 하루 아침에 600만원이나 내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오고 20만여명이 동의했으며 환자들은 연일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보험 급여에도 해당되지 않는 약제들이 ‘신포괄수가제’에는 들어가 버렸고, 정부의 심사는 느슨했으며, 평균의 함정에 빠져버린 제도는 환자들에게 결국 ‘줬다 뺏기’를 시전하고 말았다.
결국 정부는 기존에 적용되던 환자들에게는 치료의 연속성을 약속했지만, 새로 이 약들을 처방 받을 환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환자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2021년 남은 한 달 안에 더 아파야 하나 어처구니없는 고민을 해야 하는 오늘의 한국의료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