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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관이 출생신고 하라? 국회·정부 '출생통보제' 도입 한뜻

    복지위 여·야 의원들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정부도 도입 계획…의료계는 반발 "심평원 DUR 활용이 효율적"

    기사입력시간 2023-05-05 08:30
    최종업데이트 2023-05-05 08:3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계가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저지에 온힘을 쏟고있는 가운데 국회와 정부에서는 의료계가 반대해온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여·야할 것 없이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분만이 이뤄진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로 통보하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확인되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토록 하는 제도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기·학대 사건 등이 끊이지 않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의료계는 그간 출생통보제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가뜩이나 분만을 꺼리는 추세인 일선 산부인과의 행정적 부담 및 책임이 늘어나는 데다,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산모들의 의료기관 밖 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 기자회견 열고 법안 발의도…정부도 도입 의지
     
    하지만 최근 국회에선 출생통보제 도입 논의에 재차 불이 붙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최혜영 의원은 보건의료연대의 부분파업을 하루 앞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했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강 의원은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어디에도 공적 기록 확인할 수 없는 아동들이 있다. 출생 등록되지 못한 아동들은 사회보장 체계에서 소외될 뿐만 아니라 유기, 불법입양 등의 범죄에도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등록관계법에 따른 현행 출생신고 제도는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아우르지 못해 유엔아동권리협약과 대법원에서 명시한 출생등록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못한다”며 “이제 더 이상 국가가 아동의 탄생을 기록하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출생통보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 의원 역시 “부모에게만 맡겨진 현행 출생신고 제도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을 기록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며 “2021년 기준 대한민국의 출생아 99.8%가 의료기관서 태어나고 잇으며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공공이 함께 출생등록 여부를 확인해 부모에 의한 출생신고 누락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여당 소속 김미애 의원이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출생통보제만으론 아동유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산모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을 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의 병행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이날 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은 “(출생통보제에 반대하던) 의료계와 내용 정리가 다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료계, 출생통보제 여러 문제 발생할 우려…심평원 DUR 활용이 효율적
     
    하지만 정작 의료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추진하는 출생통보제의 문제를 조목 조목 지적했다.
     
    김 회장은 “출생신고를 전담하는 행정기관에서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에서 출생 신고를 도와줬을 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하고 행정비용도 지급해야 한다”며 “분만할 당시에 신생아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출생사실을 통보하더라도 결국 이후에 산모가 재차 신고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출생통보를 의무적으로 하게되면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산모가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는 걸 기피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활용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료기관에서 별도의 출생통보를 할 필요없이 임산부의 의무기록을 입력하기만 하면 심평원에서 해당 기록이 지자체로 전송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심평원 DUR을 이용해 출생 사실을 송부하는 방법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갈음이란 단어가 명확성이 떨어지고 '의료기관에서 출생이 있었을 경우 14일 이내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시∙읍∙면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어 의료기관의 출생통보 의무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심평원 DUR 활용이 언급되지만, 갈음이란 단어 대신 보다 확실한 용어가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심평원 DUR을 통해 출생통보가 이뤄질 수 있게 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