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의사 수를 늘리면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하는 것과 달리, 부실 수련과 과다 경쟁 등으로 의료비 증가는 물론 국민건강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경민 수련이사는 7일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열린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정책 현안에 대해 이같이 우려하면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은 당정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 해 의대 정원은 3058명이 나오고 있는데, 매년 공공의사 300명, 역학조사관·의과학자 100명 등 400명씩 정원을 더 늘려 10년간 4000명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매년 한의예과 정원 이관 327명과 공공의대 50명 등을 합치면 매년 800명이 더 배출되는 셈이다.
이 같은 당정의 의대정원 증원 계획에 대해 대전협 이경민 수련이사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수련이사는 "의대 정원이 4000명 증가하면 공공분야와 의료취약지 등의 의사가 많아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 '지역의사제'를 시행한 결과 의료비 증가와 의사 도시 집중(쏠림)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 수련이사는 "실제 지난 2007년 일본 정부는 인구 초고령화와 의료 지역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7600명에서 8800명으로 늘렸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 계획과 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일본 의대정원 증원 후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로 가기는 커녕 도시에만 집중돼 의료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의료비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 수련이사는 "저출산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인구소멸 국가로 접어들었는데, 의사는 매년 3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계획대로 매년 800명씩 의사가 더 나오면 이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곧 환자부담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순히 의대정원 증가가 의료비 지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국민 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수련이사는 "현재의 의대 정원 대부분이 제대로된 수련과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교육환경을 그대로 둔 채 의대정원만 무작정 늘릴 경우 부실한 수련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보건의료와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 수련이사는 "현재의 정원만으로도 수련환경이 매우 열악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부실의대 폐교 사태도 경험한 바 있다"면서 "의대 정원을 늘리기 전에 제대로된 의료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4000명이라는 증원 추계 근거 자체도 부족하다는 입장을 더했다. 현재 의료계를 '정리되지 않은 집'으로 비유하면서, 의대 정원이 아닌 각종 의료현안부터 깔끔하게 정리할 것을 제안했다.
이 수련이사는 "이삿짐을 가득 쌓아 놓은 채 정리도 하지 않고 추가로 필요한 물건을 판단할 수 없다. 쌓여 있는 이삿짐을 잘 정리하고 보면 막상 추가로 구입해야 할 물건이 없을 수 있다"면서 "부실 수련 문제를 비롯해 의료전달체계, 저수가, 기피과 등 수두룩한 의료현안은 해결하지 않은 채 의대정원만 늘리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의료현안은 1~2년된 문제가 아니다. 10년이 지나도 해결할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문제"라며 "각종 의료계 현안을 모두 해결한 깔끔한 상태에서는 의사 분배가 잘 이뤄져 추가로 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련이사는 "의료현안이 없음에도 의사가 더 필요했다면 이렇게 여의도에 많은 전공의가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의 전면 재검토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