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교육부가 7개월 이상 이어진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에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면서 내년도 의대 신입생들의 수업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025학년도 신입생 교육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의예과 1학년을 강제 진급시킬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계에 거센 반대에도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면서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장기화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재적생 1만9374명 중 출석 학생은 548명으로 출석률이 2.8%에 그쳤다.
전국 40개 의대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 역시 지난 2일 기준 653명으로 등록률은 3.4%로 나타나 사실상 1년 농사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처럼 대규모 유급이 확실시되는 속에 내년도 의대 신입생 4610명이 기존 의대생 3000여명과 함께 수업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은 단 하나, 법과 제도를 바꿔 집단 유급을 막는 것이다.
지난 7월 교육부가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당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내년도 입학 정원의 확대 상황을 고려할 때, 특히 현재 의예과 1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는 대학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 의과대학에 "현행처럼 학기 말 또는 학년말에 일정 기준으로 유급을 결정하기보다는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재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향후 의예과에서 의학과로 진급 시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최종확인하는 방식으로 유급을 결정하는 등 유급 제도 운영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해 주시기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 부총리는 "현재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의 미 복귀로 내년도 교육여건이 악화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 대학에서는 2025학년도 신입생 학습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학사 운영계획도 함께 준비해달라”며 “집단적인 수업 거부 및 복귀로 인해 대학의 수업 수용 역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신입생의 학습권이 우선 보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따르면 정부는 그 무엇보다 2025학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예과 1학년이 실제 집단 유급을 당하게 되면 내년도에는 신입생과 기존 의대생까지 약 76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해 2024학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정부가 의예과 1학년을 강제 진급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에 △의예과 1학년 유급 예방 조치 항목에 따르면, 의예과 1학년의 경우 신입생 증원 등의 상황을 고려해 복귀 학생들이 유급 없이 진급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학교별 여건에 따라 의예과 1학년 유급 적용 방식을 의학과 진급 요건으로 변경하거나, 그게 어려울 경우 2024학년도 한시적 유급 특례 조치를 마련해 2025학년도 신입생 학습권을 우선 보호할 수 있는 운영계획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사실상 의대생들을 강제 진급할 작정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의대들은 교육부의 지시대로 학칙을 개정하거나 한시적 유급 특례 조치를 마련해 시행하기로 공지했다"며 "만약 학칙 개정에도 대규모 유급이 발생하게 되면 현 정부의 그간 행태를 미뤄 판단하건대 학칙과 상관없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의대생들을 강제로 진급시키려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로 수험생들의 혼란을 들었다. 그런 만큼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새로 의대에 입학게 된 학생들의 학습권만큼은 정부가 반드시 보장해야 할 것이다"라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유급을 막으려는 정부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