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똘똘한 한 직업' 건보료 부과 형평성 논란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휩쓸었던 단어가 있다.
‘똘똘한 한 채’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규제하기 위해 보유세, 종부세, 양도세 등을 급격하게 올리고 중과를 했는데, 이로 인해 세금 부담이 늘어난 다주택들이 여러 채의 집을 정리하고 상급 입지의 대형 아파트로 몰린 현상을 말한다. 12억원짜리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6억원짜리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세금 부담이 최소 3배에서 많게는 4~5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상급 입지, 대형 세대의 쏠림으로 급격한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끼얹어 버렸다.
건강보험료에도 ‘똘똘한 한 직업’ 현상이 생길지 모르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1인당 상한액은 704만원인데, 이보다 더 내는 가입자가 총 3633명이나 됐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월별 보험료액 상한액은 704만원인데, 이 적용을 ‘개인별’이 아닌 ‘직장별’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억원의 보수를 받는 사람이 있고, 1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는 사람이 투잡으로 1억5000만원의 직장을 하나 더 구한다면 둘의 보수는 3억원으로 동일하지만 건보료는 704만원의 두 배인 1408만원을 부과받는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료의 상한과 하한의 격차가 368배를 넘는 나라다. 이 격차는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과 대만의 24배, 12배에 비해 월등한 수치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368배보다 훨씬 더 높은 부담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 가장 높은 건강보험료를 부과 받은 사람은 무려 13개 직장에서 상한액의 8.4배인 5923만원을 매월 부담했다.
많이 벌었으니 많이 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것도 정도라는 게 있어야 한다. 정도를 넘어선 과도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한다. 게다가 부동산의 ‘똘똘한 한 채’ 현상에서 보았듯, 부당한 제도에는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혜영 의원은 “소득이 더 많은 것도 아니고 직장을 여러 개 다닌다고 보험료를 많이 부과하는건 매우 불합리해 보인다. ‘개인별 상한액’이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