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는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63.4%에서 70%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말한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 재정 30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의료계는 사실상 미용·성형을 제외한 비급여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의협 집행부는 '수가 인상'이라는 대정부 협상 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반면 비대위는 문재인 케어를 전면 재검토하라며 분명한 투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의협 행보 두 갈래로 나눠져…투쟁 위협적이지 않다"
25일 여당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협 추무진 회장과 집행부는 비대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의료계 일부만 투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가 문재인 케어 대응방안에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려고 ‘투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아 보인다”라며 “내년 3월 의협회장 선거라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계 내부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올해 8월 9일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의료계를 만나왔다. 복지부는 의료계에 건강보험 보장성을 올려야 할 필요성을 설명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수가 인상이라는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케어 자문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끌어올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라며 “의료계는 수가 인상을 목적으로 이 정책을 반대한다면 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 진찰료 인상 등 협상 여지 남겨놔
의협 집행부는 비대위가 출범한 시점에도 정부를 상대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 추무진 회장이 21일 비대위 발대식에 참석하기로 했지만 복지부 공무원들을 만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의협 비대위는 “비대위 출범 당일 추무진 회장은 전국 각 직역의 보험이사들을 서울역으로 불러 모으고,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복지부 공무원 5명을 초대해 관련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아직 문재인 케어의 정확한 개념조차 모르는 의사들이 많다”라며 “세부내용을 명확히 알고 반대할 부분은 반대하고, 협상할 부분은 협상하기 위해 (해당 모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할 때 관행수가의 100% 반영을 목표로 한다고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의원급 진찰료를 현재보다 30%가량 인상해달라고 건의했다.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복지부와 수가나 진찰료 등에서 협상을 진행해왔다”라며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도 있는데, 의료계가 무작정 투쟁만 일삼으면 이도 저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협상 카드 못 믿어…12월 초 투쟁하겠다
의협 비대위는 12월 초 대정부 투쟁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복지부는 의료계와 상의없이 문재인 케어를 완성했고 그동안 몇 차례 협상에서 수가 인상 확답 등을 얻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비대위는 우선 의료계 내부에 투쟁 동력을 모으고 국민을 설득하기로 했다. 비대위 안치현 대변인은 "의협이 비대위에 문재인 케어 대응에 전권을 위임한 만큼 비대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며 "의료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시행을 막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안 대변인은 "문재인 케어는 내용 측면에서 봐도 재원 마련 방안이 부족하고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라며 "국민에게도 반대 입장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불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는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할 때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라며 "정권이 바뀌거나 해당 공무원이 자리를 옮겨버리면 그만인 만큼 투쟁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