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검증이 끝나기도 전에 사실상 본사업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9월부터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지난해 11개에서 50개 보건소, 보건진료원 등으로 본격 확대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15년 4월부터 신안, 진도, 보령 소재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마을회관 등 11곳에서 고혈압, 당뇨 환자 253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지역 외에 완도군, 장성군, 옹진군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해 50개 보건소, 보건지소 등에서 순차적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병의원이 멀어서 쉽게 의사를 만날 수 없었던 의료취약지 주민 1000여명을 서비스 대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부터는 대상 질환을 고혈압, 당뇨 이외에 피부질환 등 경증, 만성질환으로 확대한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보건(지)소는 고혈압 4종, 당뇨 2종 등 100여개 주성분 의약품만 구비해 왔지만 원격의료 시범지역 환자들은 피부, 경증, 만성질환 약까지 추가로 투약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자 의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원격진료의 안전성, 유효성 및 기술적 안전성을 우선 검증해야 하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의협은 9일 "원격의료 시범사업 대상 질환을 기존의 고혈압, 당뇨 외에 반드시 대면진료가 필요한 피부질환 등 경증․만성질환으로 확대한 것은 사실상 시범사업을 빙자해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파악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의협은 "고혈압, 당뇨질환에 대한 원격의료의 의학적 안전성평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범사업 대상 질환군을 경증․만성질환으로 확대한 것은 의협과 정부간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 1차 시범사업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2차 시범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조만간 70명 이상 입소한 650개 노인요양시설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함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중인 요양시설을 방문, 원격의료 시행을 위한 의료법 개정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오는 26일부터 전국의 1870개 동네의원에서 시행 예정인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역시 원격의료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전의총은 "이 사업을 하다 보면 화상으로 하면 더 좋은데 왜 굳이 전화로만 해야 하느냐, 왜 원격으로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느냐 등의 여론이 비등해질 게 뻔하다"면서 "결국 만관제 시범사업은 원격의료 시행을 활짝 열어주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의협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경우 추무진 회장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무한 확장하면서 의료법만 개정되지 않았을 뿐 이미 본사업 단계로 진입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