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 정책 추진 방식엔 동의할 수 없지만 의료개혁은 필요했다.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가르칠 자신이 없다. 한해 전문의 2000명 배출은 과잉이다."
서울의대 하은진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19일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이 의료계 내부에서 또 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 정책 추진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언급하다가도 '정부의 의료개혁이 필요했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모든 책임을 대화하지 않는 전공의와 의대생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취지다.
하은진 교수는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공의들을 비판하다고 해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정이 있기 때문에 비판한 것이다. 1년이 지나도록 정부 탓만 하고 있는 것에 실망했다. 메디스태프나 박단 위원장이 쓴 글에 댓글을 보면 끔찍했다"며 "이를 비판하지 않는 제자들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댓글을 단 이들 중 내 제자들도 있을까 두렵고 그들이 돌아왔을 때 다시 가르칠 자신이 없다"며 "소수 키보드워리어에 다수가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수가 키보드워리워일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 추진 방식에 동조하거나 동의한 적은 없다. 다만 정부 정책 방향이 일부 옳은 것도 있다. 의료개혁은 필요했던 것이 맞다. 필수의료패키지 중 상당 부분은 핵심 중증의료를 하는 의사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을 나쁘다고 비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년 의대정원을 전 수준으로 돌리는 것이 의정갈등 해결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그는 "그렇지 않다. 의료개혁은 해야 한다. 숫자를 잘못 던져서 숫자에만 매몰되서 시스템 개혁이 묻혔다. 그 사이 환자들이 피해를 봤다"며 "조금씩 양보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남아프리카 흑백갈등도 숙론으로 풀었는데 의정갈등도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숙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장상윤 수석과 숙론을 했는데 정부가 그 자리에서 4000명 증원하려던 것을 2000명만 했다고 하는 바람에 의료계 내부에서 대화가 무용하다는 얘기가 나와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의대생, 전공의 복귀와 관련해서 하 교수는 "복귀에 그만 매달려야 한다. 복귀하고 싶으면 이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하고 수련하지 않을 사람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억지로 데려다놔 봤자 해결되지 않는다"며 "전문의가 한해 2000명 씩 나올 필요가 없다. 과잉이다. 막상 필요한 분야 전문의는 부족하지만 전체 전문의가 2000명 씩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재차 의료계에 공분을 사고 있다.
의료계 리더급 인사는 "하은진 교수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 정부 의료개혁이 필요했다고 하면서 동의한 적은 없다는 말은 자기 모순"이라며 "학생, 전공의에게만 문제를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서울의대 교수는 "강희경, 하은진 교수 주장은 서울의대 내에서도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며 "강 교수가 서울의대교수비대위원장 시절에도 내부 의견충돌이 잦았다"고 전했다.
한 사직전공의는 "장상윤 수석과 숙론의 장을 펼친 뒤 어떻게 됐나. 오히려 갈등은 더 깊어졌다. 숙론도 상대를 봐가며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