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진단,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의 핵심이다. 하지만 질환의 희귀성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 지침 개발이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희귀질환의 경우 기초적인 연구, 통계자료의 부족 등으로 적절한 의약품 개발에 고충을 겪어왔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에 대한 임상 정보와 생체 자원 등을 축적해 적절한 진단, 치료지침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병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희귀질환의 경우 단일 기관 연구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는 다기관연구가 중요한 희귀질환 분야에 임상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해 연구를 지원해오고 있다.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연구 지원이 국내에서 어떤 형태로 이뤄져왔을까.
희귀질환 연구지원의 역사
‘희귀질환관리법’에서는 희귀질환을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희귀질환 분야 연구지원은 개인 단독과제 중심에서 중장기 연구방향과 체계적 계획을 종합한 형태로 변화해왔다.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는 희귀질환 연구를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질환유전체 연구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선천성 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 연구센터’ 1개소를 선정해 유전학적 진단, 치료법 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했다.
이후 국내 희귀질환 연구사업의 중장기 방향성을 수립하고 보다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2008년에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사업단’을 운영했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흐른 2012년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사업단’을 종료하고 희귀질환 연구센터를 공모하며 연구 지원 형태를 재편성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부터 연구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일부 질환에 대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임상연구 네트워크 사업을 전개 중이다.
희귀질환의 경우 전향적 연구 자료가 다소 부족해 다기관 연구를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진료 지침 개발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질환자의 조기 진단을 위한 지원, 임상정보 수집을 진행하며 진단·치료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 진단, 치료·예후 등에 대한 임상정보·검체를 수집, 분석하고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과의 정보 공유도 활성화해 해당 질환의 진료지침·치료기술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시신경척수염·다발성경화증·아밀로이드증 등 연구 지원
질병관리본부 측에 따르면 현재 시신경척수염·다발성경화증, 아밀로이드증, 조직구증식증, 크론병, 희귀사구체신염, 전신혈관염 등 6개 과제에 대해 임상연구 네트워크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은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자가면역 염증성 질환이다. 시신경, 척수 또는 뇌의 초점성 증상으로 발현하는 것이 특징이며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면서 신경손상과 퇴행이 발생할 수 있다.
임상연구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시신경척수염·다발성경화증이 의심되는 임상증상을 정의하고 해당 환자의 동의를 얻어 임상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상태다. 특히 웹 기반 데이터베이스인 iCReaT를 활용해 임상자료와 추적경과의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진단을 위한 항체검사를 시행하고 혈청검체를 수집해 향후 발병기전과 치료방법의 개발을 위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밀로이드증의 경우 인체 조직의 세포 사이 공간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침착돼 신장, 심장, 신경, 위장관 등 여러 장기에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아밀로이드증 환자의 데이터 또한 iCReaT을 활용해 관리하고 있다. 주관 연구 기관은 아밀로이드증 진단의 표준 시스템을 정립하고 긴밀한 다학제 협진이 가능해진 시점 이후 실제로 환자의 예후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구증식증은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희귀혈액 질환으로 전문적인 진료에 의해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국내 랑게르한스세포 조직구증 환자와 혈구탐식 림프조직구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치료 결과, 국내 혈구탐식 림프조직구증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 등을 분석하며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구강에서 항문까지 전 장관을 침범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에 대해서는 환자등록·추적관찰 연구, 환자 검체수집, 한국인 크론병 환자의 역학·임상적 특성 분석 등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2개 질환이 추가돼 총 6개 과제에 대해 임상연구 네트워크 사업을 시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2월 희귀사구체신염, 전신혈관염 등 2개의 질환이 추가돼 총 6개 과제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희귀질환 진단·치료 관리 위한 로드맵 마련
정부는 현재 지난 2017년 발표한 ‘제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2017-2021)’을 시행 중에 있다.
‘제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은 2016년 12월 30일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이후 수립된 첫 번째 중장기 계획으로 희귀질환관리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됐다. 4대 추진전략과 8개 주요과제로 구성된 ‘제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에는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개발 확대’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일차적으로 희귀질환 연구체계를 단계별로 체계화해 연구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희귀질환 연구사업을 기획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희귀질환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거버넌스 확립, 기획·관리·평가체계를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 우선순위 질환(군)별 연구 추진방향 도출, 희귀질환 연구관련 국제 공조 강화도 동반된다.
희귀질환 임상연구 네트워크 사업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임상연구 네트워크 사업을) 조금씩 확대해 연구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