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수가협상 첫 상견례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을 막아야 하는 정체절명의 위기에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의원급은 2023년 요양급여 계약 당시 최악의 수가인상률을 받아 수가협상이 결렬된 바 있는 만큼 올해는 충분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재정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 분위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오는 11일 첫 보건의약단체장 상견례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운영위원회는 수가 협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10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직장가입자 대표 10명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하는 각 5명이 위촉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보통 3월 늦어도 4월 중순까지 구성되는 재정운영위원회를 지난 3일에서야 130여개 직장가입자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12기 재정운영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가운데서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상위 단체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아예 배제하면서 양대 노총의 반발과 함께 아직도 재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 수가협상을 앞두고 정부가 입맛대로 재정운영위원을 위촉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필연적으로 건강보험제도의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농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수가협상 전 의료 현장의 실태와 경영상황에 대해 가입자에게 의견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온 만큼 재정운영위원회가 구성조차 되지 않아 이 마저도 현실화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을 막아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2년 연속 수가협상에 참여했더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수가협상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대한의사협회도 발 빠르게 수가협상단을 꾸리며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의협 대의원회가 2024년 의원유형 수가협상에 최소 5% 이상의 수가 인상률을 얻어내라는 권고문을 의협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채택한 만큼 의협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의원유형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대한의사협회 기획부회장 김봉천 단장은 "의료계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맡은 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현 정부의 기조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맞춰져 있고 실제로 재정 효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 경제도 악화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실을 전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이야기하며 의대 정원 증원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당장은 수가 개선책이 없으면 의사들의 인기과 쏠림 현상을 막기 어렵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10년 후 이야기다. 단기적으로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현 정부가 국민의 건보료 인상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간 비축해 놓은 건보재정 흑자 2조원을 활용하면 된다"며 "무엇보다 수가협상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의원과 병원의 수가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상에 임하기 위해 다양한 근거 자료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공급자단체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