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정부의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원외탕전실의 실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첩약급여화 사업은 오히려 한약 부작용 등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협 한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23일 오후4시30분 의협임시회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의료계의 큰 우려와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끝내 시작했다"며 "시범사업은 첩약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즉시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국의 한의원 1만4129곳 중 62%인 8713곳이 참여했다고 한다"며 "시범사업은 원외탕전실의 불법 의약품 제조 문제, 첩약의 부작용 및 피해사례 등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시범사업 기간 내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특위는 원외탕전실 인증제에 대한 문제를 주로 지적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으로 일반한약조제로 인증된 일부 원외탕전만 참여가 가능하지만 이들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한특위에 따르면 2018년 9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가 도입된 이후 2019년 1월에 불과 1곳의 원외탕전원이 일반한약조제 원외탕전실로 인증됐다. 이후 1년 7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한약조제로 인증된 전국의 원외탕전실은 4곳이 추가된 5개의 원외탕전실 뿐이다.
김 위원장은 "첩약을 한의원이나 공동이용 탕전실에서 직접 달이는 비율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선 한의원의 운영형태를 볼 때 대부분의 첩약이 ‘원외탕전실’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현재 일반한약조제로 인증받은 5개의 원외탕전실에서 전국 8,713곳 한의원 중 일부 자체탕전, 공동이용탕전을 제외한 모든 한의원의 시범사업 첩약을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5개의 원외탕전실 1곳당 몇 개 한의원을 담당해 첩약을 만들지, 하루에 몇 명분의 첩약을 만들지, 원외탕전실 한약사 1명은 얼마나 많은 첩약을 만들지,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진 첩약이 과연 안전하고 적정하게 관리될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약사 1명이 근무하는 원외탕전실 1곳에서 전국 1396개 한의원의 첩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한약사 1명이 근무하는 원외탕전실 1곳에서 수백, 수천 곳 한의원의 첩약을 만드는 것이 과연 적정한 수치인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외탕전실은 인증제라는 허울 속에 가려진 ‘의약품 대량 불법 제조’ 공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한방진료 분쟁 중 한약 치료 관련 피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며 "특히 한약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조사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한약 치료 후 부작용이나 효과미흡에 대한 피해구제 신청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처방이나 한약재를 확인하려 했지만, 진료기록부에 한약 처방 내용이 기재되어 있던 경우는 5건(10.0%)에 불과했다고 한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한국소비자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비방 등을 이유로 처방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곳이 35건(70.0%)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특위는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즉각 중단 ▲전수조사를 통해 전국 원외탕전실의 의약품 불법 제조 실태 즉각 파악 ▲현 시점에 기준자격 미달로 인증 받지 못한 모든 원외탕전실 즉각 폐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한 정부의 한방선호 정책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