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각 산하단체들과 함께 추나요법 급여화 반대를 위한 의견을 26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의료행위의 상업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4월 8일부터 시행된다.
추나(推拿)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관절, 근육, 인대 등을 조정‧교정해 예방‧치료하는 한의치료기술이다. 이번 법령 개정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사람이 한의원·한방병원 등에서 추나요법 시술을 받을 경우 단순추나, 복잡추나, 특수(탈구)추나 등 유형에 따라 약 1만 원에서 약 3만 원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의협은 “한방 추나요법은 현재 세계 물리치료 학회의 항목에 등재돼있지 않다.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조차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건강보험 재정을 근거 없는 치료에 지출하는 것은 국민수준에 대한 모욕이다. 필수의료마저도 감당하지 못하는 현 건강보험체제의 현실을 감안하면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금이라도 선심성 한방 급여화 정책을 중단하고 한방 의료행위에 대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근골격계 대부분의 상명명을 인정한 급여기준 신설은 절대 반대"라며 "절대 안정과 수술적 가료가 필요한 관절의 불유합(M841), 골절의 지연유합(M842), 스트레스 골절(M843), 손가락의 타박상(S600), 상세불명의 찰과상(T140) 등까지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추나요법은 단순, 특수, 복잡으로 세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 주체에 대한 구분이 없다. 기타 인력에 대한 고용없이 전문교육을 받은 자격증 소지와 무관하게 대한한의사협회의 교육수료만으로 행위인정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라며 “단순, 특수, 복잡으로 구분하여 상대가치 점수를 높게 산정했음에도 구체적인 시술 시간과 자격 기준에 대한 구분없이 시행할 수 있어 의료기사의 자격과 영역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추나요법은 환자 당 연간 20회로 인정횟수를 넓게 잡은 것은 건강보험의 누수와 의료행위의 상업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한의사 1명당 하루에 18명까지 인정하고 있어 한의사 한 명당 한달에 단순 803만9520원, 특수 1357만7760원, 복잡 2080만9440원 등 국민 진료비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의 막대한 재정손실을 초래하고 건강보험료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부산광역시의사회는 “추나요법 급여화의 발판이 된 추나요법 시범사업에 단 65개 한방 의료기관이 참여한 점, 설문조사의 대상이 된 환자의 수도 338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전 국민이 납부하는 건보재정을 해당 급여화에 투입한다는 것은 지극히 성급하고 부당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의사회는 “방사선촬영장비등이 갖춰지지 않은 한의원에서는 추나요법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늑골골절, 척추동맥손상 등)에 대한 대처가 힘들다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인정하면서도 정무적 판단에 의해 급여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국민건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부산시의사회는 “한의학의 추나요법과 현재 여러 의원에서 시행되는 도수치료의 목적과 시술방법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도수치료는 여전히 비급여라는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으므로 이번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급여화가 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유효성과 더불어 비용효과성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추나 요법을 급여화하는 것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다. 보장성이 낮은 중증, 희귀 질환을 급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방 추나요법에 대한 요양급여 항목을 신설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에도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어 반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