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방역당국이 자가검사키트의 위음성 결과가 지역사회내 조용한 전파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정작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수도권 지자체들은 자가검사키트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고 있다.
진단검사의학 전문가들은 민감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 사용 확대 움직임에 분노하며 승인 취소까지도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는 지난 4월 조건부 승인을 받은 2개 제품, 최근 정식 승인을 받은 1개 제품 등 총 3개의 자가검사키트가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오세훈 시장 "코로나19 극복의 좋은 보조수단"...최근 수도권 자가검사키트 판매량 급증
전날(16일) 서울시는 신한은행과 함께 편의점 종사자들에게 자가검사키트 7만부를 오는 19일부터 배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한다는 취지인데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소속 편의점 8000여곳에서 일하는 2만4000여명 종사자들이 1명당 3개씩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방역당국이 우려를 표한 바로 다음날 자가검사키트를 대량 배부하겠다고 선언한 데서 볼 수 있듯 오세훈 시장은 자가검사키트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시는 ‘자가검사키트 시범사업’으로 총15만3127건의 검사를 실시해 4명의 확진자를 발견했다며 감염 확산의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 오 시장은 이날 오전에 있었던 온라인 브리핑에서도 “방역에 성공한 나라들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얼마든지 사서 쓸 수 있고, 무료로 배부하는 곳도 있다”며 “자가검사키트는 코로나19 극복의 좋은 보조수단이다. 방역은 과학인데 정치적 입장이나 판단이 개입하면 왜곡될 수 있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고 있는 경기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감염빈도가 높은 사업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사전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집단감염 확산 조기 차단을 목적으로 콜센터, 물류센터 등 도내 사업장 총 1만2097 곳에서 근무하는 4만9906명에게 7월 중 자가검사키트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유력 지자체장들의 굳건한 신뢰까지 더해지면서 자가검사키트는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난 7~12일 사이 국내 주요 편의점 들의 자가검사키트 매출액은 전월 동기 대비 모두 200%이상 증가했다. 특히 유행상황을 반영하듯 타지역 대비 수도권에서 매출이 크게 뛰었다.
진단검사의학 전문가들 "실제 민감도 현격히 낮아...승인 취소∙업체 패널티 고려해야"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가검사키트가 이렇게 신뢰받는 것은 각 제조사들이 허가를 받을시 식약처에 제출한 민감도와 특이도 자료 때문이다. 민감도는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특이도는 음성 환자를 음성으로 판별하는 확률을 의미한다.
실제 지금까지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나 정식 허가를 받은 자가검사키트들은 민감도가 89~93%이고 특이도는 96~100%에 달한다. 수치만 보면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기호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간사(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업체들이 제시한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며 “대부분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를 찾은 환자들을 검사해 나온 수치인데 이들은 바이러스양이 많은 시기의 환자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배출될 때를 기준으로 키트의 성능을 검증해 놓고, 그 결과를 근거로 정작 감염 초기 환자들을 잡아내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회 및 전문가들의 검증에서 이들 제품의 민감도는 현격히 떨어졌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지난해 12월 680개의 검체로 현재 자가검사키트로 쓰이는 신속항원키트를 실험한 결과, 민감도는 29%에 불과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9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민감도는 17.5%에 그쳤다.
위 두 실험에서 나온 민감도는 그나마 전문가들이 검체 채취를 한 경우다. 환자 본인이 검사를 할 경우엔 민감도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10~20%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팀장(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현재 시판 중인 자가검사키트 제품들에 대한 허가 취소 및 업체들에 대한 패널티도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 교수는 “최근 허가를 받은 제품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권위자인 독일의 드로스텐 박사가 지난 4월 란셋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굉장히 좋지 않은 성능을 보였다”며 “이미 승인이 난 제품들도 객관적으로 제 3자의 평가가 필요하다. 회사가 주장했던 것 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고, 믿을 수 없는 임상시험 결과를 낸 업체들에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써야할 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정 써야겠다면 최소한 다른 나라들처럼 구매자와 검사 결과를 보고하는 전산시스템이라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