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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증원→건보 재정 고갈→의료민영화?…복지부 장관 부정에도 의혹 반복, 이유는?

    국회예산정책처 4년 뒤 건보 고갈 전망에도 복지부 9번째 비상진료체계 건보 투여…민간보험 영역 확대 의혹

    기사입력시간 2024-10-28 20:19
    최종업데이트 2024-10-29 16:30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에 9번째 건보재정 투여하기로 한 가운데 향후 지속적인 건보 투입을 의결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의대 정원 증원이 의료민영화의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에 전면 부인했음에도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통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9번째 비상진료체계 지원금 2085억 원을 의결하고, 비상진료 '심각 단계'가 해지될 때까지 건보 지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올해만 약 2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료대란으로 투입된 것이다.

    문제는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4년 뒤인 2028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2022년 기준 수입 88조7800억원, 지출 85조1500억원으로 3조6300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으며, 코로나19의 영향력이 강했던 2020년의 급여비 증가율은 2.8%에 불과했으나, 2021년, 2022년 증가율은 각각 8.0%, 8.6%로 최근 10년(2013~2022년) 연평균 증가율 8.4%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은 보험료율 동결, 2025년~2032년은 최근 3년 평균 인상률(2.06%)을 가정(단, 2030년에 보험료율 상한 8% 도달 후 고정)한 경우,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23~2032년 전체 전망기간 동안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2024년부터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 폭은 2024년 1조4000억원부터 2032년 20조원까지 매년 확대되다가 2028년에는 준비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2028년부터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만큼 한시법 일몰 전에 법 개정을 통해 안정적인 국고지원과 관련한 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예산정책처는 2030년이면 보험료율이 8%에 도달하게 된다며, 보험료율 8% 상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게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건보 재정 투입에 대해 큰 문제 의식을 갖지 않는 모양새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24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비상진료 수가 인상과 수련병원에 대한 건강보험 선지급, 그리고 건보료의 동결에도 불구하고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연말에 약 2조8000억원의 당기수지 흑자와 31조원의 준비금 적립이 예상된다"며 의료개혁에 향후 5년 동안 10조원+ɑ를 투자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속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비상진료에 대규모 건보 재정 투입이 이뤄지면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건보 재정 고갈을 유도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윤석열 정권이 현재 정책 실패가 빚은 의료대란 문제를 가리기 위해 2조원이 넘는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의료 개혁을 가장해 건보 재정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민영화주의자인 노연홍 위원장을 앞세운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 실행 방안을 보면 수가를 대폭 올려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으로 가득찬 가짜 의료개혁 방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민이 건강보험 보장을 받기 위해서 낸 피 같은 보험료를 보장성은 축소하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쓰고 있다"며 "국민들은 민간보험 한 두 개 정도는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민간보험 영역을 확대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윤 정부가 의료민영화의 흑막을 본격 가동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중 노동자 단체 대표로 양대 노총을 배제시켰다. 이는 건보재정을 의료민영화를 위한 판돈으로 쓰는 데 노동계의 반발을 예상하고 사전 작업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깊어지는 의료 대란 속에 "어떤 주민들은 '사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를 하더라"며 "정 안되면 의료민영화를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반복되는 의료민영화 의혹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직접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근거로 제시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병원 영리업 허용, 실손보험 규모 키워 민간보험 비중 확대 등은 지금 의료개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런 걸 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이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 정부가 하려는 것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확충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의혹 제기는 여전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료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공의 사직으로 대학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의료보험을 투입하고 있고, 재정 파탄날 위기에 처했다. 건보 재정 고갈의 끝은 의료민영화뿐이다"라며 "정부는 부인하지만 의사는 의료 수요를 창출한다. 따라서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건보 재정은 순식간에 바닥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건보율 올릴 수 밖에 없지만 국민들은 반발할 것이고 결국 돈 있는 자들만 사보험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누리는 미국식 의료민영화가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국민들이 전 세계에 자랑하던 값싸고 빠른 진료는 사라지고, 막대한 본인부담금을 피할 수 없다"며 "의료정책 패키지의 내용의 혼합진료금지 등은 결국 실손보험을 의료보험으로 인정하려는 것이다. 의료개혁특위의 실손보험 개선 등의 작업도 결국 의료민영화를 위한 발판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