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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법에 가려진 '실손보험간소화법'…의료계 "재벌 보험사 배 불리는 법, 환자 위해 반대"

    대개협 산하 23개 개원의사회 기자회견 개최…중계기관 없이 최소한 의료정보 보험사에 전송하는 대안 제시

    기사입력시간 2023-05-16 07:14
    최종업데이트 2023-05-16 07:14

    5월 15일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산하 23개 개원의사회가 '재벌 보험사 배 불리는 실손보험 간소화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간호법 및 의사면허취소법 저지에 관심이 쏠린 사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으로 알려지자, 개원의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TF의 반대로 애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었던 중계기관이 '보험개발원'으로 변경됐지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각과 개원의사회는 보험개발원을 통해 수집된 의료정보도 결국 심평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지적하며 그렇게 수집된 의료정보는 실손보험사의 수익 창출을 위해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도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거부 등 횡포 및 의료기관 대상 소송이 빈발하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결국 해당 법안이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법'이라며 해당 법안을 추진하는 보험사에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법안을 추진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낙선 운동을 시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손보험사, 현재도 보험금 지급 거부…보험업법 통과되면 가입거절, 지급거절 확대될 것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산하 23개 개원의사회가 15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재벌 보험사 배 불리는 실손보험 간소화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안에 대해 극심한 우려를 표했다.

    실손보험 간소화법안은 환자의 실손보험 청구의 번거로움을 해소한다는 명목 하에 피보험자가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절차를 중계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요양병원으로 하여금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찍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안에 반대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기존에 중계기관이었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보험개발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보험개발원도 결국 중립기관이 아니고 결국엔 심평원으로 의료정보 수집 업무가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 어려움이 없음에도 '간소화'라는 명목으로 중계기관을 하나 더 만들고자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청구 과정에 문턱을 놓는 행위이며,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사를 청구 과정에 참여시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의 심사에 개입시키는 것은 간소화가 아니라 오히려 청구의 복잡화이며 환자의 보험금 심사와 지급을 복잡하게 해 보험사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최근 환자의 보험금 지급 거부가 이어지고 있고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해 환자 측에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환자와 보험사의 갈등으로 인한 소송도 많고 소송 결과도 환자 측 승소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계기관으로 민감한 환자의 정보가 수집된다면 그 부작용은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수집된 환자 의료정보가 악용돼 실손보험 가입 거부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실손보험사들은 김동석 회장이 지적했던 것처럼 고지의무 위반을 사유로 가입자들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가 황운하 의원실에 제출한 '고지의무위반 사유로 인한 보험금(전부)부지급률'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동 사유로 인한 보험금 부지급률이 3배 상승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의료계는 환자의 의료정보가 보험개발원-심평원으로 수집될 경우 보험사는 이 정보를 보험심사에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개협 실손의료보험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회장은 "보험업법은 겉으로는 국민 편의를 위한 법이라고 해 놓고 실제로는 고액 암 환자에게 돈을 주기 싫어서 환자 정보를 심평원으로 넘기는 법이다"라며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되도 결국은 심평원으로 정보가 넘어가는 구조다. 심평원은 최소한의 진료를 하려는 곳이기에 결국 환자들이 손해를 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조규선 회장도 "실손보험 가입자가 4000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보험사가 보험 청구에 대해 주도적인 입장을 입장을 취해 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는 법이 보험사의 정치권에 대한 로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주장은 같은 날 오후 2시에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 한국폐섬유화환우회,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 등 환자단체들이 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반대 기자회견에서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들 단체들은 법이 통과될 경우 건강보험 급여진료를 포함한 개인의 모든 진료정보가 전자형태로 보험사에 자동 전송됨에 따라 보험사들이 이런 정보로 가입거절, 지급거절, 보험료인상, 환자에게 불리한 상품개발 등에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손보험사, 보험금 환수 위해 의료기관에 무차별 손해보상 소송까지 제기

    대개협은 실손보험사들이 원래 비급여 항목은 심사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단지 항목의 횟수가 증가하는 것을 마치 의사들이 적응증이 아닌 의료행위를 사익에 편중해 남발하고 있다고 몰아가며 의료기관에 무차별 소송을 제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D보험사는 자사의 자동차보험가입자에게 휴업손해금을 지급한 후 해당 가입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내역 중 일부가 심평원 심사결과 조정됐다는 이유로 해당 의료기관에 과잉 입원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보험사들은 어린이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고, 아이들을 잘 치료해준 병원에 과잉 치료라며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며 "재벌 실손보험사는 기록적인 흑자를 내고 있다. 어린이 보험은 손해율도 굉장히 낮고, 해지율도 굉장히 낮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재벌 보험사가 자기 이익을 위해 양아치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익준 회장은 "개인 의원에서는 전신마취가 아닌 이상 수술실로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도 수술이 가능한데, 일부 실손보험사들이 수술실 등록 여부를 문제 삼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억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법령 어디에도 수술 현장이 수술실로 등록돼야 요양급여 또는 비급여 수술로 인정된다는 기준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실손보험사들은 법적으로나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보험금 지연 및 미지급 사례가 더 높아지는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대개협, 정무위원회에 대안 제시…보험사에 끝장 토론 제안·법안 발의 의원 낙선운동 시사

    이러한 우려 속에 대개협은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보험청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서식을 합의 하에 작성해 의료기관이 중계기관이 아닌 보험회사에 직접 전송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동석 회장은 "당장 16일 정무위원회가 해당 법안을 논의해 통과시키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의료계가 이처럼 우려하고 있는 점을 국회에 알려 법안이 폐기되면 좋겠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해당 대안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은 "올해 전반기 생명보험사와 실손보험사 등이 2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반면 장기손해율은 하락했다고 하는데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많이 거두고 보험금은 적게 내줬다는 것"이라며 "보험사의 비윤리적 경영을 관리해야 할 금감원은 국민의 불편과 손해를 외면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름을 보험사권익위원회로 개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좌 회장은 "의료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보험사는 각종 이유로 법안을 계속해서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사와 법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에 끝장 토론을 제안하고 싶다. 이 법안이 정말 국민을 위한 법안인지 보험사 배불리는 법안인지 국민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현택 회장은 "재벌 보험사가 자기들 이익을 챙기려고 아픈 환자와 아픈 아이들에게 마땅히 줘야 할 돈을 지금도 안 주고 있고, 앞으로는 더 안 주겠다는 얘기"라며 "이 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재벌사의 로비를 받고 법안을 추진한다고 생각하는 게 개연성이 있다. 만약 해당 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소청과의사회는 일선 회원들과 해당 악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