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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의료진은 진료실 폭행에 무방비 노출…정부·정치권 대책 마련하라"

    의사 피살사건 입장 발표, "철저한 수사로 일벌백계하고 사회 전체의 문제인식 이뤄지길"

    기사입력시간 2019-01-01 18:22
    최종업데이트 2019-01-01 18:2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진이 진료현장에서 폭행 의도를 가진 사람이 접근하면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절대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진에 대한 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서울 모병원 의사 피살사건 관련 의협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국회에서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변이 벌어졌다. 새해를 맞이한 의료계는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몇 가지 입장을 밝혔다. 

    첫째, 의협은 이번 사건을 예고된 비극이라고 해석했다. 의협은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은 수시로 이뤄져 왔다. 살인사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라고 했다. 

    의협은 “다행스럽게도 (27일 응급의료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최근 응급실 내 폭력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어디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건에 대한 심각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둘째, 의협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 위주로 각색하거나 희화하는 방송 행태를 비판했다. 의협은 “최근 상류층의 자녀 교육을 주제로 한 드라마(스카이캐슬)에서는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칼을 들고 의사의 뒤를 쫓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 이번 사건은 이 방송이 나간 이후에 며칠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라고 했다. 

    이어 “피의자가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방송 행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일부 환자가 진료결과에 불만을 제기하면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인 기사를 내보내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도 마찬가지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의협은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공격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정신질환자는 보다 쉽게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이 더 낮아져야 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이를 어렵게 하는 사회적 인식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이 피의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라며 “수사당국의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정밀한 정신건강의학적 감정을 함께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사건으로 정신건강의학적 치료의 최전선에 있던 전문가가 환자의 잔혹한 폭력의 희생양이 됐다. 진료현장의 의사들은 물론, 희망찬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 전체에도 큰 충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과 범행의 계기, 환자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 여부 등이 모두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피해자에게 일벌백계로 삼을 수 있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인 대상 폭력사건에 대한 사회 전체의 문제인식 제고가 함께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