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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파업] 전공의들도 깜짝 놀란 여의도 집회 대성황 "잠 못자도 쉬지 않고 자발적으로 1만명 참여"(종합)

    "의대정원 4000명 증원해도 필수의료·의료취약지 의사 부족 문제 해결 못해...제대로 된 수련환경 개선부터"

    기사입력시간 2020-08-07 19:04
    최종업데이트 2020-08-07 19:10

    젊은의사 단체 행동 집회에 참석한 전공의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윤영채 기자, 서민지 기자, 임솔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오후 2시~5시 여의도공원에서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전공의 파업 집회는 예상보다 많은 전공의들이 모여 40분 이상 시작 시간이 지체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전공의 집회는 원래 예상이었던 3000~4000명을 훨씬 뛰어넘는 1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집회를 시작하면서 예상 집회 공간에서 한 차선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이 부족해 집회 공간 옆 여의도 공원에 전공의들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다수의 인파가 몰렸지만 끝까지 코로나19 감염 예방수칙을 지키며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착용하면서 감염에도 신경 썼다. 또한 집회 이후 소모임을 금지하고 집회 도중 불필요한 대화도 금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김형철 대변인은 "이렇게나 많은 젊은 의사들이 참석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참석을 강요하지 않았고 평소 잠이 부족한 전공의들의 특성상 집에서 쉬는 인원이 많을 것이라고 봤는데 예상보다 너무 많은 인원이 참석해 정부도 놀랄 것 같다. 우리의 목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철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은 “차를 대절한 것도 아닌데 예상을 훨씬 넘을 정도로 많은분들이 참석해주셨다”며 “환자분들께 죄송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주신 교수, 강사분들께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젊은의사 단체 행동 집회에 참석한 전공의들 

    "의대 정원 4000명 증원해도 필수의료 기피·지역불균형 문제 해결 못해" 

    이날 전공의들은 단체행동 결의문을 통해 졸속으로 날치기 통과된 의대정원 증원 문제 등 정책을 전면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은 당정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해 의대 정원은 3058명이 나오고 있는데, 매년 공공의사 300명, 역학조사관·의과학자 100명 등 400명씩 정원을 더 늘려 10년간 4000명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한의예과 정원 이관 327명과 공공의대 50명 등을 합치면 매년 800명이 더 배출되는 셈이다.

    대전협 이경민 수련이사는 "의대 정원이 4000명 증가하면 공공분야와 의료취약지 등의 의사가 많아질 것이란 예측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 '지역의사제'를 시행한 결과 의료비 증가와 의사 도시 집중(쏠림)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 수련이사는 "실제 지난 2007년 일본 정부는 인구 초고령화와 의료 지역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7600명에서 8800명으로 늘렸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 계획과 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일본 의대정원 증원 후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로 가기는 커녕 도시에만 집중돼 의료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의료비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 수련이사는 "저출산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인구소멸 국가로 접어들었는데, 의사는 매년 3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계획대로 매년 800명씩 의사가 더 나오면 이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곧 환자부담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정부는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에 대해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모든 의료 정책 수립에 젊은 의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수련병원을 통한 협박과 전공의들을 상대로 한 언론플레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단체행동을 감행하겠다는 게 대전협 측의 입장이다. 박 회장은 "정부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도 단체행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을 결의한다"며 "전국 1만6000명 전공의들은 정부의 야비한 행태에 굴하지 않고 투쟁의 의지를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정원 늘리는데 앞서 제대로 된 수련환경 개선부터" 

    전공의들은 의대정원을 늘리는 데 앞서 제대로된 수련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연주 부회장(가톨릭중앙의료원 내과 전공의)은 “정부도, 병원도, 젊은 의사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할지 관심이 없다"라며 "지방의 병원에는 왜 의사들이 부족한지  내외산소라 부르는 생명을 다루는 과들이 왜 기피대상이 됐는지 관심이 없다. 소명과 사명이라는 의사의 덕목이 왜 이젠 바보같은 헛된 꿈이 됐는지도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엉망인 의료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 제대로 배우고 수련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은 대한민국엔 없었다”라며 “숫자만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며, 무턱대고 급여화 해주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김솔 내과 전공의는 “사전 논의 없이 급히 신설된 공공의대와 급히 신설된 커리큘럼을 통해서 양성된 의사들이 우리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진료하는 바로 그때 터무니없는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의료의 질을 유지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조승현 회장은 "선한 영향을 끼치는 의료인이 되고 싶었고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받고 싶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제대로 된 의학교육도 정책도 없고 정부의 숫자놀음만 남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영웅에게 정부는 어떻게 대했느냐"고 반문하며 "한국의 상황은 참 역설적이다. 의사들의 열정으로만 의료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의료정책과 의학교육에는 절대 포퓰리즘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참석해 젊은의사들의 단체행동 동참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의협은 14일 집단휴진을 통해 전공의들에 이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최 회장은 "예비의사인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독단적인 정부 정책에 맞서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며 "뜻을 모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13만 의사 모두가 단결해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