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강행하면서 사실상 의대생들의 수업 규모가 대형화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수업 규모가 커질수록 학생들은 학습 동기와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2024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학술대회에서 연세의대 양은배 교수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입학제도’에 대해 발표했다.
양 교수는 "올해 32개 의과대학의 정원이 증가했다. 그중 18개 의대는 정원이 100% 이상 늘었다"며 "이처럼 학생 규모가 증가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실제 그런지 증거를 찾아봤다"고 전했다.
그는 "2010년 영국 왕립경제학회가 발간한 논문은 학생 규모가 증가하면 일반적으로 교육의 질은 떨어진다고 밝혔다"며 "특히 능력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더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학생 규모 증가는 학생들의 과목과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학생의 학습량, 비판적 사고, 명확한 발표, 교수의 준비도, 학생의 관심 유도 등이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리치몬드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교수들은 수업이 대형화되고, 학생 수가 늘어나면 학생에게 유익하지 않은 방식으로 과목을 변경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큰 학급에서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고 느껴 학습 동기와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아카데믹 메디신(Academic Medicine)은 110개 대학 임상실습 책임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병동 학생이 7.2명 추가되면 병동 실습 장소를 5.4개 추가해야 하고, 외래 실습도 5.5명이 추가되면 사이트가 9.1개 추가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양 교수는 "이처럼 다양한 논문에서 학급 규모의 증가는 학생 교육과 교수 채용 및 교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다"며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급 당 학생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대학도 대형강의를 제외하고는 40명 단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의과대학만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