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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장이 코로나19 진료 요구하면 전공의들 거부 힘들어...전공의 겸직 허용 법안 폐기하라"

    바른의료연구소, 복지부에 반대 의견서 제출..."전공의 자율이라지만 사실상 강제, 수련에 불이익"

    기사입력시간 2021-02-04 11:14
    최종업데이트 2021-02-04 11:1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바른의료연구소는 4일 보건복지부에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입법 예고된 전공의 겸직 허용 개정안에 대해 전면 폐기를 요청했다.

    연구소는 개정안에 대해 상위법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번 개정안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나 전공의의 권리 보호는 무시하고, 국가적 재난 상황에 전공의라는 의료인력을 합법적으로 동원 및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의 양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개정안 입법예고에서 밝힌 개정 이유에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건강권·생명권 보호와 상황의 안정적인 대응을 위해 의료현장의 의료인력은 필수사항이다. 이에, 감염병 등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기관에서는 전공의 근무가 가능하도록 겸직을 허용하고자 하려는 것이다"라고 명시돼있다. 

    연구소는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첫째, 전공의 겸직금지 규정의 제정 이유와 예외 조항이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전문의 수련규정) 제14조(전공의의 의료기관 개설 등 금지)는 전공의가 수련기관 이외에 타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타 의료기관에서 근무함으로써 수련에 지장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제정됐다. 

    연구소는 “전공의의 타 의료기관 근무가 허용되면, 전공의법에서 정상적인 수련을 위해 보장한 교육 및 근무시간과 휴게시간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수련의 질 저하와 전공의 권익 침해로 이어진다”라고 했다. 이어 “전공의 겸직금지 규정은 정상적인 전공의 수련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서 존재한다. 이 규정에 예외 조항을 두게 되면 예외 조항이 악용돼 전공의의 권익과 수련 환경이 침해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겸직금지 규정의 원래 취지는 전공의의 정상적인 수련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의 예외 조항이다. 하지만 입법예고 된 개정안에서의 예외는 ‘전공의의 근무가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기관에서의 근무가 가능하도록’ 겸직이 허용되기 때문에 전공의 수련은 연속되지 않고 중단된다“고 했다.

    연구소는 둘째, 비수련기관에서의 근무는 수련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아 전공의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의 수련규정 제4조 1항에 따르면 수련은 수련병원에서 받아야 하고 수련병원을 벗어나면 수련으로 인정될 수 없다. 또한 수련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해당 규정 제5조 상으로는 전공의가 일부 기간을 수련 받지 못한 경우,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4조 3항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 받지 못한 전공의는 수련 받지 못한 기간 중 1개월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연구소는 “전문의 수련규정 제4조 4,5,6항에 따르면 수련으로 인정할 수 있는 파견은 다른 수련병원으로 국한돼있다. 이는 보건복지부령에 의해 그 기준이 규정돼 있다”라며 “따라서 전공의를 비수련기관으로 파견근무를 시키면 전공의 불이익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겸직으로 인해 비수련기관에서의 근무 기간이 1개월 이상이라면 전공의는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그리고 전공의 수련 기간 중 출산, 질병 등의 불가피한 사유나 병역으로 인해 전공의 업무 개시가 늦어진 경우 등의 사유로 1개월 가까이 수련을 받지 못했던 전공의라면 비수련기관으로의 파견 근무가 1개월이 되지 않아도 추가 수련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전문의 취득이 1년 늦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생활치료센터나 코로나19 전담병원에 대한 의료인력을 수급할 때 협력병원인 수련병원의 의료인력을 파견 형태로 지원하는 사례가 있었고, 여기에 전공의가 다수 포함됐다"라며 "전공의는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 신분이므로 현실적으로 수련병원장의 업무 지시를 무시하거나 거부하기 어렵다. 아직 법 개정이 되지 않아 불법인 상황에서도 전공의를 비수련기관으로 파견근무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앞으로도 파견 근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셋째, 보건복지부가 해명을 위해 발표한 보도설명에서조차 법에 대한 몰이해와 숨은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아니라고 해도 전공의가 사실상 강제로 차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전공의 겸직은 본인의 의사와 수련병원장의 허가가 전제돼야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이번 전공의 겸직금지 허용의 개정내용이 전공의의 강제차출 목적이라는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연구소는 “전공의 겸직금지 규정은 수련병원장의 허가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공의들이 타 의료기관으로 부당하게 파견 근무를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고, 전공의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비수련병원으로 파견을 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연구소는 또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기관에서는 전공의 근무가 가능하도록 겸직을 허용한다고 돼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복지부의 지시에 의해서든 수련병원장의 파견 명령에 의해서든 겸직이 가능해져 버린다”고 했다. 

    연구소는 “개정 법령에 전공의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수련병원장 및 교수들의 요구에 반해 동의를 거부하기 힘들다. 본인 동의 규정 조차도 없는 개정안 통과는 손 쉬운 전공의 강제 동원을 위한 사전 조치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넷째, 무엇보다 전공의는 재난상황 대응을 위한 우선 투입 의료인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아무리 국가적 재난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인력 투입에 있어서는 우선순위가 있다. 국가 재난상황에서 투입돼야 하는 1순위 의료인력은 공무원 및 공공의료기관의 전문 의료인력이다. 공공의료인력으로도 부족하면 민간의료기관의 전문 의료인력의 자발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 및 근로를 병행하는 과정에 있는 의사다. 이 때문에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에는 해당 지위가 유지돼야 하고 가장 마지막에 투입돼야 하는 의료인력”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정부는 의료인력 투입 우선 순위를 확정하고 재난 단계별 인력 투입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 보다 많은 인력 투입을 위해 민간 의료기관 의료 인력들이 언제든 자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율적이면서도 합당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