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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안심은 금물, 신천지 경증+무증상 확진자 빼면 낮은 치사율로만 해석할 수 없어

    [칼럼] 한재용 대한검진의학회 학술이사, 전 역학조사관

    기사입력시간 2020-03-06 16:28
    최종업데이트 2020-03-06 16:3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몇 주간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공포’로 전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정체가 불명확한 21세기 신종감염질환은 처음에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우리 한국 국민들의 교육, 경제, 사회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 질병에 대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전파력이 독감보다 매우 강하며, 젊고 건강한 10~30대는 대부분 경증이나 무증상 감염자로 지냅니다. 하지만 고령이거나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 고혈압, 암환자들에게 감염될 경우에는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논문자료들에 의하면 감염자의 80~90%는 무증상이거나 경증이지만, 10~20%는 폐렴이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이 코로나바이러스 이름은 SARS-CoV-2로 불리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월말부터 중국으로 유입되는 경증의 감염자 및 접촉자를 대상으로 초기 30명 정도의 확진자를 관찰하면서, 코로나19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일부 감염내과 의사들도 오판을 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발열, 감기증상 등 유증상 환자만 방역대상으로 삼으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이상 대구·경북에서 젊은이들에게 무증상 감염자(신천지성도)가 대규모로 확산되다가, 고령의 할머니(31번 환자)가 감염돼 증상이 발생한 후 확진됐습니다. 그 이후에 비로소 대규모 감염집단(Super cluster)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도 집단 감염환자들이 발견됐는데, 이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 의료진들은 추후 RT-PCR 검사상 확진을 받았으나, 대부분이 무증상 감염자들로 밝혀졌습니다. 코로나 19의 지역감염에는 이러한 조절하기 어려운 ‘무증상 감염자’가 방역을 피하면서 전파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단된 환자들의 치사율이 1%이하로 독감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고 주장하는 일부 감염내과 선생님들은 아직도 이 질환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오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란, 이탈리아, 미국, 청도대남병원의 환자 등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치사율=사망자/유증상확진자’로 계산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는 ‘치사율=사망자/(유증상확진자+경증접촉 확진자+무증상 확진자:신천지성도)’로 엄청난 규모의 경증, 혹은 무증상 20대 확진자가 분모로 들어가서 착시 효과를 보일 뿐입니다. 
     
    현재는 유증상 환자 한 명이 있을 때 무증상 감염자는 이들의 5~10배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도 무증상 감염자가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병원에 오지 않기 때문에 분모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치사율이 계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동안 이 환자가 이동한 동선을 추적하는 역학조사를 통해 경미한 증상의 접촉자에게도 RT-PCR검사를 통해 거의 모든 경증 접촉 확진자를 찾아냄으로서 통계상 치사율이 낮아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매우 강합니다. 독감처럼 지역사회 감염단계에 들어가면, 이러한 무증상 감염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고가의 RT-PCR로 검사하면서 한정된 의료자원을 이용한다면, 대구에서 보듯이 유증상 환자의 조기진단이 늦어집니다. 오히려 중증으로 진행되도록 방치하거나 진단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최근 감염학회의 제안으로 대구에서 경증 확진자들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격리 관찰하게 한 지침은 매우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추후 코로나19가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산돼 우리나라 내에서 그리고 전세계로 퍼져나가면, 치사율은 독감의 10~100배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지금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증 감염자들을 사회로부터 일정기간 격리하기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은 이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를 전문 의료진들이 찾아낼 때까지 코로나19의 전파속도를 늦추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초중고 및 대학생들의 개학 및 개강을 늦추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이와 병행해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고위험국가(이란, 이탈리아, 중국 등)에서 입국할 수도 있는 무증상감염자로 예상되는 10~30대들의 국내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코로나 19의 전파를 최소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정책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6000명이 넘어가고 전 세계 9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만약, 이러한 정책을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흘러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가게 된다면, 미국, 일본 및 유럽연합(EU) 등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고립돼 버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