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예방 백신 임상시험은 연평균 50% 이상, 치료 백신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이 끝나고 긴급성이 줄면서 백신 분야에 대한 투자는 줄었지만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노보텍(Novotech)이 최근 백신 글로벌 임상시험 환경에 대한 백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예방 백신과 치료 백신 모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신 임상시험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임상시험 1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예방 백신의 임상시험 건수는 2019년 15건에서 2024년 207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연평균 성장률은 54.9%에 달했다. 전체 임상시험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예방 백신에 비해 여전히 규모는 작지만, 치료 백신 역시 연평균 성장률 21.2%로 성장세를 보였다.
지역별 점유율을 보면 예방 백신 임상시험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4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북미와 유럽이 각각 22%와 1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치료 백신 임상시험은 북미 지역이 36%로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31%)과 유럽(29%)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분석했을 때 백신 임상시험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었다. 중국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데, 이는 백신 개발에 상당하게 투자하고 참여한 것이 반영된 결과라 분석됐다. 중국은 아태지역 예방 백신 임상시험의 41%, 치료 백신 2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호주는 아태지역, 특히 치료 백신 임상시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방 백신 11%, 치료 백신 24%였다.
이 외에도 아태지역의 주요 백신 임상 국가로 일본과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가 꼽혔다. 말레이시아는 주로 예방 백신에 주력하고 있고, 일본과 한국은 두 가지 유형 모두에 관여하고 있었다.
예방 백신 임상은 모든 지역에서 감염병, 그 중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적응증이 주도적이었으며, 아태지역이 크게 앞서고 있었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임상은 북미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치료 백신 임상은 주로 위장관암에 집중돼 있으며, 북미와 아태, 유럽이 주요 지역으로 꼽혔다. 두경부암과 비소세포폐암도 유럽과 북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아태지역은 예방 백신에 비해 치료 백신 임상 참여율이 낮으며, 일부 암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임상시험 설계는 효율성과 안전성, 성공률을 개선하기 위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방 백신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적응형 설계와 중간 분석을 채택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졌다. 적응형 설계는 중간 분석에서 진행 중인 결과에 따라 투여 요법이나 임상시험 집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절별 독감 백신 임상에서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보고서는 "mRNA 플랫폼과 같은 기술은 특히 전염병에 대한 백신의 신속한 개발과 시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임상시험 설계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새로운 변종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mRNA 백신은 적응형 임상시험 설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간 결과에 따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성은 임상시험 일정을 단축하고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은 참여자 선정, 데이터 분석, 실시간 모니터링을 개선해 백신 임상시험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와 같은 기업에서는 AI 기반 머신러닝을 사용해 환자 모집을 간소화하고 일정을 단축하며 임상시험의 다양성을 향상하고 있다"면서 "백신 개발의 미래는 이러한 첨단 기술과 임상시험 설계에 점점 더 의존해 백신 치료법이 높은 안전성과 효능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백신 투자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38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 거래 27건이 있었고, 2021년에는 거래 건수가 28건, 총 금액은 297억 달러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24건과 61억 달러로 거래 건수와 금액이 줄었지만 2023년에는 33건, 514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총 16건, 13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돼 둔화됐다.
M&A 거래는 다양한 치료 분야에 걸쳐 분포돼 있었는데, 감염성 질환이 881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종양학(789억 달러), 호흡기 질환(714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벤처 펀딩 역시 2022년과 2023년 팬데믹의 긴급성이 줄면서 거래 규모와 금액이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2023년과 2024년 지속해서 자금 조달이 이뤄져 차세대 백신과 치료 백신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치료 분야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감염병 분야가 52억 달러로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받았고, 종양 백신은 암 면역치료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33억 달러를 확보했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감소세에도 2023년과 2024년에도 지속적인 자금 조달은 차세대 백신 치료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면서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시리즈 B와 C 라운드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초기 및 중기 단계 기업이 백신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2024년까지 전 세계 백신 시장은 7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몇 년 동안 지속해서 확장될 것이다. 수익 측면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미국이다. 백신에 대한 수요 증가는 집단 면역을 장려하는 공중 보건 캠페인과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면서 "백신 임상시험 환경은 백신 기술의 혁신, 글로벌 보건 위기의 위협 증가, 공중 보건 시스템 강화에 대한 관심 증가에 힘입어 상당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