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 제정 저지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에 6만여명(경찰 추산 3만5000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보건의료계 관련 집회 중에선 역대급 규모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27일 오후2시 국회 앞 총궐기대회에서 간호법이 아닌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종합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13개 단체 6만여명 회원들은 국회의사당 앞 대로를 가득 메웠다. 궐기대회 이후엔 국회 앞 가두행진도 이어졌다.
연대는 '간호사가 의사행세, 국민건강 위협한다', '다른직역 면허침해, 간호법안 철회하라', '간호협회 사리사욕, 보건의료 붕괴된다' 등 구호를 제창하며 야당과 간호협회를 비판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국민 생명에 역행하는 간호법을 끝까지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간호계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라는 이유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의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모든 보건의료직역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 직역의 이익과 욕심보다는 모든 보건복지의료 직역이 같이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돌이켜 동료직역들과 상생하고 협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식을 각성해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도 "간호조무사는 간호법 당사자다. 따라서 간호조무사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하지만 간호법 때문에 간호조무사는 오히려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피해를 입게 생겼다. 이런 법을 간호조무사들이 찬성할 수 있겠느냐"며 "간호조무사를 대표하는 협회장인 저는 간호조무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간호법이 이대로 제정되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간호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장은 "반국민적이고 반의료적인 법 제정에 소위 ‘민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야당이 나서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당연히 정치의 대상도 아니다다. 의료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한 의료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용함으로써 간호사만을 위한 법 제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주당은 후안무치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통합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소통을 강화하면서 전체 보건의료계를 위한 새로운 법안 제정을 요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간호사 직군 하나만을 위한 간호법, 간호정책, 간호제도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의료체계’를 대비하거나 대응할 수 있다' 라는, 주장을 펼치는 협회 혹은 정당은 진실로 국민보건과 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미래에 보건의료체계에는 간호사만 필요하다'라는 결과로 귀결되는 간호법이 보건복지의료인력을 분열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우리 400만 ‘13보건복지의료’ 연대는 시대적 요구인 더 나은 통합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멈추지 아니할 것"이라며 "우리 연대는 협력을 부정하고, 타 직종과의 협의를 거부하는 독선적 간호법 저지를 위해 더욱 강하게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조무사협회 노윤경 정책이사도 "우리는 간호법을 결연히 반대한다. 간호법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위배하고 있음은 물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의료체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중대한 걸림돌이기 때문"이라며 "간호법은 오직 간호사 하나만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법률"이라고 말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는 "정부는 간호사만을 위한 법률이 아닌, 우리 모두와 오직 국민을 위한 법률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것이며,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한간호협회에 의해 추진된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등과 관련된 법을 분리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하지만 간호사 업무에 의사를 비롯해 타 직역의 업무범위를 침해하는 요소가 많다는 이유로 간호협회를 제외한 다른 모든 보건의료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상위법인 의료법을 벗어나 새로운 법을 제정한다면 직역 갈등을 일으키고 간호사에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