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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교수들 “늘어난 당직과 상시 대기…우리도 주 80시간 근로법 제정해달라”

    "전공의법 영향에 지원자는 없고 워라밸은 꿈도 못꿔…과로사 남 일 같지 않아"

    병의협, 봉직의 권익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병협, 의료인력 문제 위한 비대위 구성

    기사입력시간 2019-03-10 07:12
    최종업데이트 2019-03-11 14:0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법 시행에 따른 주당 80시간 이내 근무를 자신들에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공의들이 정시에 퇴근하고 나서 상대적으로 일이 더 많아졌고 업무강도가 센 곳에는 인력을 충원해도 지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법 통과 이후에 전공의들이 하던 일을 도맡아 업무강도가 세졌다. 특히 필수의료 영역에서 중환자를 진료하거나 당직근무가 많은 중환자실, 응급실, 외과계열, 외상센터, 심장혈관센터 등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A교수는 최근 들어 매달 당직 횟수가 8~10번에 달했다. 전공의가 사라지면서 당직이 2~3일  이상 더 늘어났던 탓이다. 펠로우를 구하려고 했으나 당직 근무가 많아서인지 구해지지 않았다. 그는 학회일도 하고 싶고 연구도 하고 싶지만, 삶의 질은 날이갈수록 열악해졌다. 

    A교수는 “전공의를 보호해야 하지만 전공의법 이후에 정작 교수들의 삶이 팍팍해졌다. 퇴근을 하지 못하고 당직 근무가 늘어나도 어딘가에 호소할 곳이 없다”라며 “당직을 줄이거나 당직비를 올려주는 것도 필요없다. 당직을 서더라도 외래 진료를 빼든지, 근무 시간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B교수는 당직횟수의 변동은 없지만 응급환자에 대비하기 위한 상시 대기 상태인 온콜(oncall)이 늘었다. 후배 교수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본인이 온콜을 더 맡다 보니 과부하가 생긴 느낌이었다. 언제, 어디에서 병원에 불려갈지 모르는 관계로 마음이 불안했다. 다른 지역의 학회에 가더라도 수시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휴대폰을 쥐고 있을 정도였다. 

    B교수는 “온콜을 하다 보면 상시 긴장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러다 보면 매사 피로하고 외부에 나가 있거나 집에 있더라도 병원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 등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환자 곁을 떠날 수도 없다. 병원에서 강제로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쉬도록 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교수는 인력 부족으로 외래, 입원, 응급 상황을 모두 도맡고 있다. 계속 연속근무를 서면서 일주일 가까이 집에 못들어간 적이 있다고 했다. 전공의가 제 시간에 맞춰 퇴근하거나 외래 진료만 있는 교수들이 퇴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부러울 때도 있다고 밝혔다. 

    C교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삶이 필요하지만 꿈도 꾸지 못한다. 주위에서 우스갯소리로 배우자가 필수의료 교수들과 결혼해서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라며 “미국에서 매일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키고 환자를 많이 보지 않아도 된다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부럽다”고 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의사의 평균 진료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연평균 환자 1인당 진료횟수 7.4회의 2.3배인 환자 1인당 진료횟수 17.0회에 이른다.

    종합병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국민 정서로 인해 대학병원 의사들의 진료량은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주52시간 이상의 초과 근로를 절대 금지하는 현 정부의 근로기준법에서도 병원 등 의료계는 해당 사안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 업종으로 구분돼있다. 현재 의사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전공의법 개정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4주 연속 평균 64시간 초과 근무 금지, 12주 연속 평균 60시간 초과 근무 금지 등을 담은 노사정위원회의 과로사 방지법 논의에도 의료계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봉직의들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이런 내용으로 봉직의들의 근무실태를 조사하는 설문조사(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V2NNMf2sxj73WtSNRHg11dRl44B9cYxH4iVIAUE5t8rxQdQ/viewform)를 시행하고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봉직의 권익 투쟁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병의협은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교수, 인천 길병원 전공의 과로사 소식에 이어 지난해 6월 40대의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송주한 교수 사연까지 알려지고 있다"라며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근무 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봉직의들의 근무 여건 정상화를 중요한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병원 경영진들의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그동안 고질적인 의료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병원계 차원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력수급개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계획안을 지난 7일 상임이사회 토의안건으로 상정해 의결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병협은 "현재 병원계가 처한 의료인력난은 의사를 비롯, 간호사, 약사 등 병원내 핵심적인 의료인력 전반에 걸친 문제다. 의료인력 문제가 심각해지면 환자진료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국민건강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라며 "비대위에서 의사인력 규모의 적정성과 임상지원 전문인력 업무범위, 간호인력 수급개선 등을 우선 논의 의제로 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