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출보고서 작성과 제출이 이어지고 2024년 공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영업 기밀 노출이나 의료인 실명 등 민감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은 최근 2022년 하반기 KPBMA 윤리경영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제약기업 자율준수 관리자,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팀장·실무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서 여정현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은 ‘의약품 판매질서 관련 약무정책 동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계획을 안내했다.
지출보고서 작성 제도는 의약품 공급자(제약사·유통업체 등)에게 경제적 이익 등 제공에 관한 지출보고서를 작성·보관토록 하고, 정부가 요구하면 이를 제출해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지난 2018년 도입했다.
오는 2024년부터는 기록·보관한 지출보고서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이번 실태조사는 본격적인 지출보고서 공개에 앞서 그간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실태조사에 따라 의약품공급자는 2022년 기록한 지출보고서와 운영현황을 표준서식에 맞춰 작성, 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하면 된다. 조사는 내년 상반기 동안 이뤄지고, 하반기에는 실태조사 결과를 공표한다는 계획이다. 작성 가이드라인은 조만간 배포 예정이다.
여 사무관은 "지출보고서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매년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무리한 실태조사로 산업계에 부담을 주기보다 제도가 어떻게 업계에 적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자정작용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철·박관우·이환범 김앤장 변호사는 ‘지출보고서 공개제도 안착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 발표를 통해 미국과 국내의 리베이트 관련 규제 현황을 비교하고, 우리나라의 지출보고서 공개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조명했다.
미국은 ‘선샤인 액트’ 정책에 따라 미국 보건복지부(HHS) 산하기관 메디케어&메디케어서비스센터(CMS) 홈페이지에 제약사의 접대비, 기부금, 식사비 등을 공개한다.
다만 "미국에서 제도 도입 당시 시스템 오작동 등 기술적 문제와 제약사의 행정부담, 정당한 활동 위축 우려 등이 나타났던 만큼, 국내에서의 지출보고서 공개에 앞서 입법적·정책적 보완과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입법적 제도 보완 차원에서는 지출보고서 작성과 공개의 범위를 이원화해 의료인 실명 등 민감한 정보를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운영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사항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책적으로는 이해관계자 공청회 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제도 인식개선 차원에서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 취지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정한 일동제약 차장은 자사의 ‘CP 운영사례-지출보고서 작성 및 관리’ 현황을 소개하고, 지출보고서 작성·공개에 있어 실무 차원의 건의사항을 전했다.
지출보고서를 성실히 작성·보관한 제약사가 피해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업자의 영업 비밀이 노출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출보고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이다. 제도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서는 항목들이 단계적으로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부경복 티와이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최근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 사례 및 수사 동향’ 발표를 통해 산업계에서 나타난 윤리경영 위반 사례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유권해석 내용 등을 제시했다.
박준영 세종 변호사는 ‘의약품 유통 프로세스 이해 및 유통 과정상 발생할 수 있는 CP 이슈’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에서는 매출할인을 통한 리베이트, 영업대행사(CSO)를 통한 리베이트 등 부당 고객유인행위 사례와 국공립병원 입찰에서 나타나는 1원 낙찰의 문제점 등을 조명했다.
안효준·김도엽 태평양 변호사는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증빙 관리와 개인정보보호 검토’에 대한 발표에서 개인정보 보호 원칙과 지출보고서의 주요 쟁점에 대해 소개했다.
주요 쟁점은 ▲(수집단계) 적법한 수집 근거가 있고 증빙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지 ▲(데이터무결성) 증빙자료의 정확성,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하는지 ▲(열람단계) 의료인의 열람청구·정정청구권을 보장하는지 등을 꼽았으며, 약사법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수집 가능한 증빙자료의 범위·관리방안 등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에 기반한 국민들의 신뢰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협회와 산업계는 윤리헌장 및 강령, 자율점검지표, 국제표준 반부패경영시스템 등을 도입해 적극적이고 전사적인 윤리경영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