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의 항암 치료 트렌드로 'The Earlier, The Better'와 '바이오마커의 시대' 2가지 주제를 꼽았다. 여러 암종에서 선행항암치료 치료 성적이 발표되고, 면역항암제가 초기 암 환자에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기존에 알려져 있던 바이오마커도 새로운 암종에 도입돼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등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19)에서 발표된 암 치료 관련 주요 임상 결과를 공유했다.
첫번째 주제 발표에서 강북삼성병원 종양혈액내과 이윤규 교수는 “최근 ASCO 같은 국제학회에서도 암 치료에 있어서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전문가인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전문의들이 모두 모여서 치료법을 결정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치료 방향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학제적 암치료가 도입되면서 일반적으로 수술 후에 미세 전이 병소를 제거하기 위해 쓰던 보조 항암치료를 수술 전에 시행하고 있다. 이미 직장암, 유방암 등과 같은 암에서는 수술 전 항암치료(neoadjuvant,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 보조항암치료를 진행하는 항암 치료 순서가 이미 정립됐다. 최근에는 대장암, 폐암, 비인두암, 육종과 같이 수술 전 약물치료가 보편화되지 않은 종양에서도 선행항암치료를 진행하고 있고, 이번 ASCO에서도 관련 연구 데이터들이 발표됐다.
이 교수는 "영국 환자 1052명을 대상으로 한 FOxTROT 연구에서 대장암 선생항암요법은 1차 지표인 2년 치료실패율에서 양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지만 선행항암치료가 종양의 병기를 호전시키고 완전 절제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비인두암에서는 일차평가기준인 무재발생존뿐 아니라 이차평가기준인 전체 생존율에도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 확인돼 동시항암방사선치료를 하기 전 항암치료를 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선행항암치료를 통해 수술 성적은 물론 전체생존율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는 4기 전이암 치료를 위해 사용되다 최근 수술이 가능한 병기인 1~3기 초기 암 환자들에게 사용되면서 그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치료에 비해 비교적 독성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선행항암치료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이 교수는 "아직 초기 임상 결과로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상 향후 몇 년 이내에 1~3기의 초기암에서도 면역항암제가 보다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번째 주제인 '바이오마커의 시대'를 발표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미소 교수는 "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으로의 큰 패러다임 변화와 더불어 임상 연구에서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이번 ASCO에서도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신약 임상연구와 약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ASCO 총회(Plenary Session)에서 발표된 4개 연구 중 하나인 POLO 연구를 소개했다. POLO 연구는 생식세포(germ line) BRCA 돌연변이(gBRCAm)를 가진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1차 유지요법으로서 올라파립(olaparib)의 효과를 확인했다.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을 유발하는 gBRCAm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약 7%에서 발견된다. gBRCAm이 있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 중 최소 16주 이상 백금 기반한 항암치료를 받고 질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인 올라파립을 투약했을 때 위약군과 비교하여 우수한 무진행생존을 입증했다(7.4개월 대 3.8개월). 반응지속기간 역시 올라파닙 치료군에서 24.9개월로 위약군에서의 3.7개월에 비해 월등한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전이성 췌장암에서 바이오마커를 찾아 표적 치료를 시행해 성공한 첫 번째 연구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ASCO에서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암세포에서 BRCA를 포함해 DNA 손상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 올라파립의 우수한 종양 반응을 보여준 연구 결과(TOPARB-B 연구)도 발표돼 전이성 전립선암에서 첫 표적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바이오마커 전략을 사용한 임상연구를 토대로 일부 폐암이나 유방암 등에서 획기적인 생존율의 향상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큰 전이암 환자에서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발굴과 이를 토대로 한 임상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은 "이번 ASCO에서는 국내 연구진들이 참여한 우수한 연구 성과가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이번 ASCO에서 국내 임상연구의 역량을 알리기 위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과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앞으로도 국내 암 관련 임상연구의 질적 성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연구회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암 임상연구 정보 검색 플랫폼'을 오픈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신약 개발 및 암 치료방법 개선을 위해 구축된 이번 플랫폼은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암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임상연구 검색을 통해 종양내과 전문의인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임상시험 뿐 아니라 항암제 개발 회사들이 진행중인 임상연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관심 분야, 지역 등에 따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최혜진 홍보위원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은 "암환자와 보호자, 또 누구나 관심있는 분들이 플랫폼을 통해 정확한 임상연구 정보를 얻고 참여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암 임상시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의 양과 기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