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전세계적으로 높은 성장률이 예고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ell∙Gene Therapy, CGT)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한창이다. 특히 아웃소싱 의존도가 높고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이 증가한다는 특성을 고려해 위탁생산개발(CDMO) 분야 진출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20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 CJ 등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 제약기업들이 M&A, 지분 투자, 기술 이전(라이센스인), 자체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CGT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는 세포와 유전자를 주입하는 환자 개인에게 맞춤화한 치료제를 뜻하며, 종류별로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은 세포 치료제(Cell Therapy),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Gene modified cell therapy), 유전자 치료제(Gene therapy), RNA 치료제(RNA therapeutics), 항암 바이러스(Oncolytic virus) 등이 있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승인된 CGT는 88개며 승인 후 시판까지 이뤄지는 CGT는 49개다. 매출액 순으로 보면 바이오젠의 근위축증 RNA 치료제 스핀라자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노바티스 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 길리어드 림프종 CAR-T 세포치료제 예스카타, 노바티스 백혈병 백혈병 CAR-T 치료제 킴리아 등이 있다.
아직까지 전체 의약품 중 CGT는 1%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R&D 파이프라인에서 CGT가 차지하는 비율은 16%에 달한다.
특히 이는 생산과 공급에 특화된 공정 기술과 설비가 필요하고 제조와 치료제 투여까지의 전 과정에 복잡한 물류가 수반되기 때문에 CDMO 시장 성장도 매우 가파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50% 이상의 제조 공정이 아웃소싱으로 이뤄진다.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CGT시장 중 세포치료제는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36.2%씩 성장해 26억8420만 달러, 유전자치료제는 연평균 27.6%씩 성장해 54억292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CGT CDMO 역시 연평균 31.0%씩 성장해 101억1340만 달러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밸류에이트 분석기관은 더욱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2021년 기준 글로벌 CGT 시장이 약 74억700만 달러에서 연평균 49.1%씩 성장해 2026년에는 555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고도의 성장이 예고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견, 중소 제약사들이 잇따라 CGT 산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투자형지주회사인 SK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글로벌 CDMO 통합법인이자 100% 자회사인 SK팜테코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팜테코는 최근 프랑스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회사 이포스케시(Yposkesi)를 인수했으며,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CBM(The 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CGT 치료제 생산역량을 확보했다.
SK 자회사인 백신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중장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CGT(세포유전자치료제) 신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상장(IPO)과 코로나19 백신 CDMO 사업으로 확보한 대규모 재원을 토대로 M&A, 사업 인수 등의 방식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SK바사 측은 "높은 성장률이 예측되는 시장인만큼, CGT영역에 진출해 백신·바이오 분야의 혁신적인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며 "SK팜테코도 해당 영역에 도전하고 있지만, CGT 영역이 워낙 큰 시장이기 때문에 자기자본 잠식 우려는 없다. 넓은 시장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면서 영역을 넓혀나가면서 추후 시너지 포인트에 대해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네덜란드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의 약 76%를 2677억원에 인수하여 글로벌 유전자치료 CDMO 시장에 진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 CDMO 중심 사업을 mRNA, pDNA. 바이럴벡터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으로 확대 계획이며, 오는 2023년 말 해당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 제품의 생산과 관련된 기술을 지원하고 세포주 제작과 생산 공정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최근 세포주 공정 연구개발 대행사업으로 분야를 확대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의약품 위탁개발을 포함하는 글로벌 위탁생산개발(CDMO)기업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바이오텍과 지씨셀(GC셀) 등 국내제약바이오기업들도 보다 공격적으로 CGT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차병원·바이오그룹은 차바이오텍을 필두로 CGT CDMO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일환으로 오는 2024년말까지 3000억원을 투입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CGB(Cell Gene Biobank)를 준공한다.
이는 지상 10층, 지하 4층, 연면적 6만6115㎡(2만평)으로 CGT 분야에서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CGT CDMO 시설과 cGMP 제조시설, 줄기세포 바이오뱅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차광렬 차병원·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해당 CDMO 시설은 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바이럴벡터, 플라스미드 DNA를 한 건물에서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생산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면서 "차바이오텍의 풍부한 연구개발 경험, 공정기술, 전문인력을 투입해 CGB가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시장의 아시아 전진기지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병원·바이오그룹은 CGB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계획이며, 자회사인 차바이오텍은 배아·성체줄기세포부터 면역세포까지 다양한 세포 원천기술로 20년 넘게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 쌓아온 연구개발 경험을 활용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CGT CDMO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CDMO 외에도 CGT 파이프라인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차바이오텍은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 CBT101의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내약성을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임상 2상시험과 함께 미국 임상도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GC셀(지씨셀, GC녹십자랩셀·GC녹십자셀 합병기업)과 지주사 녹십자홀딩스(GC)는 종속회사인 미국 세포치료제 업체 COERA를 통해 미국 CGT CDMO기업 BioCentriq(바이오센트릭)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바이오센트릭은 뉴저지혁신연구소(NJII; New Jersey Innovation Institute)의 자회사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공정 개발 및 제조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생산시설에서 자가(Autologous) 및 동종(Allogeneic)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바이럴 벡터 등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GC셀은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CDMO 기반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체급을 빠르게 키워 나가면서 추가로 북미 시설 증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GC셀은 자가·동종 세포치료제의 다양한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면역세포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최근 GC셀은 차세대 항염증 기능강화 줄기세포치료제 ‘CT303’의 중증 판상형 건선 환자에 대한 첫 투약을 완료했다.
CT303은 건강한 공여자의 편도조직에서 유래한 줄기세포의 항염증 기능을 극대화해 환자의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으로 건선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후보물질이다.
황유경 세포치료연구소 소장은 "CT303은 지씨셀의 대량배양과 동결제형 기술 등이 적용되어 상용화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치료제로 건선,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외에도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이 가능한 유망한 후보물질"이라며 "지씨셀의 다양한 면역세포 파이프라인에 줄기세포를 추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CGT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이달 초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에 발행한 전환사채(CB) 700억원이 납입되면서, 이를 토대로 북미 CGT CDMO 사업 진출을 위한 기업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는 북미지역의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과 투자계약 체결 완료 후 추가로 700억원 규모의 의결권 있는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하기로 계약한 만큼, 메디포스트는 이번에 확보된 투자금 중 850억원은 CDMO 기업 투자에, 550억원은 미국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에 사용할 계획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서울 마곡 본사에 글로벌 CGT 시장 확대와 임상 수요 증가에 따라 CDMO 사업 진출과 전문적인 CGT 생산 위한 CGT 센터(Cell & Gene Therapy Center)·CGT 플랜트를 설립했으며, 올해 3월 1년간의 준비 작업을 통해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취득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려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 따라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에 대한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작업 공간과 제조에 필요한 특수 장비 및 기구를 확보하고, ▲원료 및 자재는 물론 품질 관리를 위한 시험 및 검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특수 공간과 이에 필요한 장비 및 기자재를 설치해야 하며,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보관소 또는 보관 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헬릭스미스의 CGT센터는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바이오의약 개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신속하게 제조하고 생산된 의약품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실시해 제품의 품질을 확인해 주는 등 글로벌 수준의 고품질 임상시료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설립됐다. 가장 큰 특징은 제조 자체는 물론 자체 벡터의 제공, 공정 개발과 분석 기술의 개발 등 전분야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염기서열만 제공하면 2년 만에 CAR-T 제품을 만들어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도 제공한다.
헬릭스미스 측은 "이번 허가 취득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조만간 인체세포 관리업의 허가도 취득해 후속 과정을 마무리 짓고, CDMO 사업을 본 궤도에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펨토바이오메드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원활한 공동 연구개발 확대를 위해 판교와 분당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Open Innovation Center, OIC)를 구축하고, 세포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판교 본사 개발연구소는 1057㎡ 규모로 NK·T 등 면역세포의 배양, 유전물질 전달,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제작, 성능을 실험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했다. 분당 생산연구소는 826㎡ 규모로 셀샷 플랫폼에 사용되는 카트리지 등 소모품을 생산하고, 다양한 바이오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펨토바이오메드는 "세포배양에서부터 세포치료제 제작까지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완성을 위한 일괄 통합공정을 확보했다"면서 "OIC는 향후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생산을 위한 cGMP 공정설계 모델, 셀샷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 마스터 파일(drug master file) 획득을 위한 성능검증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대웅제약, 에스티팜, 에스티젠바이오, HK이노엔, 강스템바이오텍, 이연제약,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CGT CDM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도 차세대 기술 R&D 투자를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포·유전자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을 별도로 다루는 분과 마련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