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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혈당측정기 진료실에서 활용해 보니…혈당 관리 포기했던 환자도 변했다

[칼럼] 유승현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간사·고대안암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기사입력시간 22-04-06 02:50
최종업데이트 22-05-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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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전문가들과 함께 갈수록 중요해지는 연속혈당측정(CGM)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릴레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연속혈당의 종류와 원리,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각 대상자별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소개합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속혈당을 활용한 진료방식 변화와 미래 당뇨병 관리의 그림을 그려볼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서문: 연속혈당측정(CGM),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시대 열린다
②24시간 혈당 파악하기, 연속혈당 어디까지 왔나
③1형 당뇨병, '연속혈당측정'이 최선인 임상적 근거는
④2형 당뇨병에도 혈당조절 네비게이션 역할
⑤진료실에서 경험: 연속혈당으로 바뀌는 환자들의 일상 

[메디게이트뉴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데 활용해 온 당화혈색소는 숫자로 7% 미만, 더 나아가 6.5%라는 값을 향해 관리해야 할 지표로 3개월 평균혈당 값을 보여줘 짧은 진료 시간에 환자를 치료하는 데 최적화된 도구다. 진료실에 내원한 환자의 당화혈색소 결과가 6.5% 아래로 내려가면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당뇨병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자가혈당측정(Self-monitoring of blood glucose, SMBG)은 처음 진단받고 난 직후에는 열심히 측정해 보기는 하지만, 병원에서 하는 검사와 처방약 복용이라는 일상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간간히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속혈당은 이러한 기존의 혈당 검사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정보를 준다. 10년 전 처음으로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를 보면서 흥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수많은 혈당값들이 그려내는 그래프에는 사람들의 생김새만큼이 다양하고 복잡한 오르내림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누군가의 혈당은 하루의 시간 동안 단순하고 큰 폭의 곡선으로 오르내린다면 다른 누군가의 혈당은 오르내림을 수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복잡성 속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한다는데, 이 일정한 패턴으로 흔들리는 혈당의 변화가 만들어지는 선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당뇨라는 병을 알고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환자의 일상에서는 정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최적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CGM을 사용해 진료한 경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연속혈당으로 드러나는 치열한 삶의 현장

신장이식을 한 50대 후반의 2형 당뇨병 환자는 크리아티닌 수치가 높아지면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steroid pulse therapy)를 받게 됐다. 갑자기 큰 폭으로 상승한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 CGM을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혈당 수준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당화혈색소는 7.1%에서 8.5%로 올랐고, CGM그래프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변화는 훨씬 심각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스테로이드를 줄여가면서 혈당은 비로소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지만, 감춰있던 진짜 문제가 드러났다. 

밤부터 새벽까지의 혈당이 너무 높았는데, 이 환자는 단골 고객들을 직접 긴 시간 응대하느라 식사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고 퇴근 후 밤 10시가 넘어서야 끼니를 채우는 경우가 잦았다. 늦은 밤 야식이 혈당 관리를 몸을 망치는 주범이었던 것이다. 
 
CGM결과를 진료에 활용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밤시간에 높은 탄수화물과 열량의 음식을 먹고 새벽까지 고혈당이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뇨병이 있다면 ‘그런 것’은 먹으면 안되고 본인의 ‘선택’이니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유행처럼 넘쳐나는 먹방에 앱을 켜면 눈앞에 화려한 음식들의 사진이 펼쳐지고 클릭 몇 번에 바로 실물을 영접할 수 있다. 밤늦게까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누이기 전 홀린 듯 순간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다. 이 유혹에는 당뇨병 환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다음 환자는 코로나 시기에 잘 나가던 사업이 급격히 어려워져 직원들 없이 혼자 마감 기일에 맞춰 작업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야식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평소에는 혈당 조절이 잘 되다가도 마감만 다가오면 혈당 그래프가 심하게 요동을 쳤다.

이 환자에게 CGM은 한계를 넘어서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와 같았다. 본인의 현재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충동적으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스스로의 문제를 잘 알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와 노력이 있더라도 이런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고 평생 지속돼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혈당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고 환자들의 노력을 응원하게 된다.
 
사진= CGM 활용에 따른 혈당의 변화와 AGP 보고서 변화. 검사를 중단한 3개월 간 혈당이 다시 6.9%에서 9.4%까지 상승했고, CGM 재착용후 TIR가 87%로 증가(회복)하고 당화혈색소 값이 6.8%까지 감소했다. 

CGM을 2형 당뇨병에 활용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당뇨병 환자라면 의례히 손끝 채혈검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환자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 개인이 매일 꾸준히 손끝 혈당을 재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2~3회 이상 혈당을 재서 오는 환자가 오히려 특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환자들의 순응도는 높지 않다. 

개인의 활동 공간이 있는 주부들도 혈당을 측정해오라면 손사레를 치는데,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거나 몸을 쓰시는 환자들은 혈당 측정을 원래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런 환자들에게 연속혈당(CGM)은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혈당을 확인할 수 있어 관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앞서의 기고에서 언급된 대로 최근 국내외 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의 유형과 상관 없이 다회인슐린 치료(MDI, multiple daily injection)를 하는 경우에서 사용 근거를 높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약물로 조절하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 CGM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CGM이 손끝 채혈에 대비해서 얻는 이득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당화혈색소를 골드 스탠다드로 보는 관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당화혈색소는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접점인 진료 주기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해준다. 여기에 CGM은 혈당의 높낮이 폭(GV, glucose variability)와 목표범위 내에 혈당이 머무는 시간의 정보(TIR, Time in range)을 통해 추가적, 입체적으로 혈당 관리 정도를 파악 할 수 있도록 해준다. TIR와 미세혈관합병증이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 연구들이 다수 발표됐으며, 식후 혈당 스파이크(glucose spike)가 심근경색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저혈당을 최소화하면서도 혈당스파이크를 줄여 내피세포기능부전 같은 요인들을 좋아지게 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면, 이를 활용해서 가능한 당뇨병 발병 이전에 가깝게 혈당값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림=혈당스파이크와 심내혈관 질환과의 연관성 및 혈당변동성에 따른 합병증 발생 기전. Cardiovasc Diabetol. 2009, Frisch S et al, Int. J. Mol. Sci. 2021, VV Klimontov et al에서 인용. 


어떤 환자에게 사용할 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CGM의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에 대한 문헌들을 살펴보면 인슐린 투여하는 경우 외에도 기존에 혈당 검사를 잘하지 못했거나 기저당화혈색소가 높았던 경우에 개선효과가 크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본인의 혈당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거나,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혈당을 조절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CGM의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상은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이었다. 원래도 ‘당뇨병을 처음 진단 받았다’거나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혈당에 문제가 있음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와 같이 동기나 절박함이 큰 경우라면 치료 후 혈당 개선의 효과가 클 수 있는데, 이때 CGM을 활용하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혈당 수준이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림=첫 진단부터 CGM을 활용한 환자 사례 2례 

보통 처음 진단받은 환자에게 바로 CGM을 달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 헤매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SMBG(손끝채혈검사)를 먼저 하도록 하는데, 숫자로 나타나는 혈당의 의미를 먼저 파악하도록 한다. 왜 혈당을 재야 하는지, 혈당을 관리하는 것에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다음에 식사와 운동, 스트레스 약물에 따른 '인과관계'로써의 연속된 혈당의 개념을 이해하면 더 잘 관리할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들에게 CGM을 추천하고 있다. 이때 선호도에 따라 최적화된 관리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미 교육이나 진료를 통해서 여러 번 설명한 내용이라도 본인이 실제로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연속혈당의 한계와 지향점

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CGM을 소개하면 대부분은 호기심을 갖고 설명을 듣는다. 하지만 피부의 발진때문에,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땀이 많이 나서,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일을 해서, 핸드폰의 기종이 이전  버젼이거나 폴더폰이라서 등의 이유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도 적지 않다. 

또 기기의 오류와 착용시 불편감을 이유로 사용을 했더라도 지속하지 않으려는 환자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이미 혈당을 관리하는데 지쳐 있거나 외면하고 싶은 경우 혹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동의하지 못해서 등 착용하지 않으려는 등 내면의 이유 역시 다양하다. 

누구에게나 CGM을 활용한 당뇨 관리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혈당을 길게 달았다고 당화혈색소가 극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짧게 또는 간헐적으로 달았다고 해서 환자의 혈당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자주 잰다고 해서 혈당이 극적으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자신의 혈당이 더 오르는 것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억지로 기기를 유지하는 경우도 본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들에 무기력함을 감당할 수 없어서 사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개인의 변화에 대한 준비 정도와 사회 환경적인 요인 그리고 개인의 건강 신념에 따라서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금방 잘 활용해서 빠르게 혈당을 개선시키는데 비해 안정권에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왠만한 치료로는 혈당의 진폭을 잡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긍정적 경험이지만 누군가는 불편하고 피하고 싶을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시험지를 보는 것과 매번 시험을 망치는 학생이 시험지를 보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까. 

어린시절 좋아했던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는 왕자에게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해 가꾼 자신의 장미꽂이 길가의 많은 덤불 속 장미와 같을 수 없음을 가르쳐줬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던, 찾아온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좋은 건강 결과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길들임’이 치료의 본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CGM을 활용해 환자에게 좋아질 기대조차 내려놨던 환자가 변화되는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환자에게 이 기기의 사용을 권할 것인지, 어떤 종류의 CGM을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그 환자를 치료하는 담당의사의 선택과 고민이 쌓여 좋은 결과들을 누적시켜 갈 수 있고 최적화된 당뇨병 관리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다. CGM을 활용한 진료는 더 이상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다. 이제 CGM이 여는 당뇨병 진료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