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 뉴스 조운 기자]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의지가 확인된 가운데 ‘약 배송’ 도입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로 의료계 안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 배송 없는 비대면 진료 추진 원칙을 세운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가 ‘약 배송’ 없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함에 따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계는 약 배송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배달 사고 등 안전성 문제를 들어 약 배송에 결사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코로나19 한시 허용을 틈타 의료계와 논의 없이 무리하게 비대면 진료가 추진되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안전성 등에 대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결정한 것도 문제인데, 대뜸 약 배송은 제외하고 추진겠다고 나서면서 의사 사회에서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받으려는 이유는 편리해서다. 이동이 불편하거나 시간이 나지 않아서 비대면 진료를 받으려는 것인데,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을 약국으로 가서 직접 처방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관계자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엇박자가 나는 것 같다. 비대면 진료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해외에서 약 배송을 제외한 곳은 없다”며 “약국에 직접 가서 약을 받을 바엔 약국 바로 옆에 안전성이 담보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도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는 정부의 주된 목적은 국민 편의성 증대이다. 진료는 비대면 약은 대면으로 받는다면 편의성 증대가 되겠나“라며 ”이는 누가 봐도 국민을 우롱하는 결정이다. 이런 결정을 감히 시도하는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법이든 정책이든 형평성과 보편타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 정부가 진행하려는 비대면 진료는 그 자체가 필요 없는 정책일뿐더러 설사 진행된다 해도 약 배송을 배제하는 것은 전제조건이 지켜지지 않은 조악하고 해악한 정책일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보다 앞서 비대면 진료를 추진했던 미국에서조차 이미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지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원격진료 회사인 텔레닥의 주가는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그는 ”이것만 보아도 비대면 진료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가 호전된 후로 비대면 진료가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봐도 비대면 진료가 얼마나 환자의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인지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도 현 상황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지만, 의료계 내 직역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는 “사실 약 배송은 약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계가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환자의 편의성과 신속성을 강조해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약 배송이 빠졌다는 것은 정부 의도와 분명 배치되는 것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현 이사는 “중요한 것은 아직 비대면 진료를 놓고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합의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그 약속을 이행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성이다. 비대면 진료도 진료이다. 따라서 오진이 있거나 환자의 치료 결과가 안 좋아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의료계의 우려 사항을 반영해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