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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진료 플랫폼서 환자가 무분별한 약 선택?…의협, 제한 조치 나선다

    닥터나우 시범서비스, 법 저촉 소지에 오남용 우려…제약사 리베이트 사각지대 문제까지

    기사입력시간 2022-06-07 09:08
    최종업데이트 2022-06-07 09:10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 등 일부 업체가 특정 탈모 치료제 등의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무분별한 약 처방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제한조건을 내걸어 소비자의 의약품 사용 안전을 지킬 예정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닥터나우는 최근 탈모, 다이어트, 여드름 치료제, 인공눈물, 소염진통제 등에 대해 ‘원하는 약 처방받기’라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환자가 탈모, 여드름 등 각 질환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는 약 중 특정 제품을 선택한 후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 처방 및 배달까지 받을 수 있는 형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해당 서비스가 의료법 및 약사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의료 관련 변호사는 “진료와 처방은 의사가 하고, 조제와 투약은 약사가 하는 것이 원칙이다. 환자가 의약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의약분업제도로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 위배된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개원의 역시 “환자에게 특정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진료권에 대한 침해”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약을 선택하고 처방할지는 의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환자가 선택한 특정약에 의해 생긴 부작용에 대해 의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며 “특히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약제 등은 심각한 기형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데, 이런 약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무분별하게 오남용될 수 있어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사 사회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회원들은 지난달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약배송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해당 서비스가 약물 오남용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제약사 리베이트의 사각지대라는 점도 우려점이다. 해당 서비스는 목록에 있는 특정 제약사와 결탁해 특정 제품 처방을 유도해 처방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고, 제약사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처방량에 따른 리베이트를 제공할 소지도 있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의사와 약사가 비대면진료 플랫폼 주주로 참여해도 리베이트 규제에서 빠져나간다. 현행법상 리베이트 처벌 대상을 제약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의료인, 의료기관 종사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더라도 현재로선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의사와 약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리베이트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서비스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는 의료기관들 중에서도 일부만 이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진료와 처방을 몰아주는 형식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플랫폼 기업은 신규 의사 등록을 열어주지 않아 사실상 처방 나눠먹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병의원들을 통해서만 해당 서비스를 시행하는 방식은 처방 나눠먹기는 물론,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업체측은 서비스 시작 전에 법적 검토는 물론 의사들로부터도 자문을 받은 부분으로 문제가 없으며, 베타 서비스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환자가 특정 약을 선택하더라도 진료 과정에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약을 바꿀 수 있다”며 “그 약이 아니면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당연히 진료와 처방은 의사들의 영역”이라고 했다.

    이어 “대면진료를 받을 때도 환자가 특정 약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와 동일한 과정”이라며 “다만 플랫폼으로써 환자들에게 이를 보다 시각화해서 명료하게 보여주고자 한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해당 서비스에 일부 의료기관들만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제휴하고 있는 모든 의료기관, 약국에 연락을 할 순 없었고, 시범 서비스다보니 참여 의사가 있는 곳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서비스가 조금 안정화되고 인지도가 늘면 참여 기관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특정약을 환자 입장에서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대해 의료법과 약사법 저촉소지는 물론 오남용 우려, 리베이트 사각지대 등까지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고 있는데 제한조건이 없기 때문에 약 처방과 관련한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다"라며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마약이나 탈모약 등 특정약에 약에 대한 제한조건을 거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규제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이대로 그냥 놔두다간 여러가지 우려가 모두 현실화될 수 있다"라며 "비대면진료 의정협의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앞서 약 처방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복지부에 이야기하고 있고, 복지부 역시 문제점을 같이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초진을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고 어느 선에서 비대면진료를 제한할지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만 약 처방에 대해서는 이보다 먼저 공론화해서 약 처방과 관련해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막겠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