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때아닌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9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측에 '선거개입'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의협 비대위는 의협 대의원 총회 결의를 통해 구성된 협회 관련 조직으로 우리협회 선거관리규정에 따른 공정의무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바 비대위 소속 임·직원의 선거운동은 불가하다'고 명시했다.
이번 공문이 발송된 배경은 박단 의협 비대위원(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무슨 염치인지. 권력 앞에 굴복하거나, 후배 협박을 일삼거나, 분별없이 임을 추종하거나, 그리고 차마 지지할 수 없는. 바람 잘 날 없겠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박 위원은 게시 글에서 직접적인 후보 관련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해당 글은 김택우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권력 앞에 굴복한다'는 문장은 정부와 대화를 강조한 강희경 후보를, '후배를 협박한다'는 문장은 이동욱 후보, '분별없이 임(현택)을 추종'한다는 내용은 최안나 후보를, '차마 (음주운전을) 지지할 수 없다'는 내용은 주수호 후보를 일컫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후보들이 후보 기호 추첨이 이뤄진 지난 4일 의협 회관에서 박형욱 비대위원장과 고광송 선관위원장을 만나 항의 표시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박형욱 위원장은 선관위 측에 관련 질의를 했고 선관위는 공문을 통해 "비대위 소속 임·직원의 선거운동은 불가하다"고 확정지은 셈이다.
의협 선거관리규정 제4조(공정의무)에 따르면, '각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 협회 및 산하단체 기타 협회 관련 조직에 소속된 임·직원은 선거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후 박단 위원은 8일 재차 강희경 후보를 저격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박 위원은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공의를 언급하며 처단하겠다고 한다. 강희경 당신은 교수로서 무엇을 했나. 권력에 맞서 본 적은 있나. 그래서 당신이 거리로 나갔나. 하겠다던 사직은 했느냐"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공개 저격을 당한 강희경 후보는 "한 개인이라면 얼마든지 후보를 비판할 수 있다. SNS는 배설의 창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박단 위원이) 의협 산하단체 임직원이라는 신분이 있기 때문에 정관상 위반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고광송 선관위원장은 "공정의무 조항에 근거해 선거운동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공문을 비대위 측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 비대위 측은 공문이 박단 위원의 게시글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이번 공문은 (비대위원의) 특정 행위에 대한 선관위의 판단이 아니라 비대위원이 공정의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