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3일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고 4일 기호추첨으로 이어지면서 5파전으로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궐선거 막이 올랐다.
입후보자는 기호 1번 김택우 후보(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기호 2번 강희경 후보(서울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장),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미래의료포럼 대표), 기호 4번 이동욱 후보(경기도의사회장), 기호 5번 최안나 후보(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 총 5인이다.
우선 김택우 후보는 1964년생으로 경상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강원도의사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의대증원 저지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의료정책을 선도하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강희경 후보는 1971년생으로 서울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이번 의정갈등 사태에서 서울의대 교수비대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왔다. 그는 갈등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하며 대화 과정에서 국민들까지 함께 참여하는 범의정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수호 후보는 1958년생으로 연세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다. 전 의협 회장 출신인 주 후보는 미래의료포럼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 2월 의협 비대위에서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다. 이번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야 하고 의료계와 정부, 단 둘만의 의정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동욱 후보는 1971년생으로 경북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다. 경기도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 내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줄곧 투쟁을 이끌어왔다. 이 후보는 가장 위기인 만큼 가장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안나 후보는 1966년생으로 고려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다. 그는 지난 의협 집행부에서 대변인을 맡아 활동했고 국립중앙의료원난임센터장을 역임했다. 최 후보는 전공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의협 집행부의 세대교체를 공약했으며, 의대증원 강행 등 정부 정책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제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대란 와중에 회장 탄핵 이후 급하게 치러지는 만큼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최안나 후보 깜짝 등장, 선거판 바람될까
우선 이번 선거 최대 다크호스로 최안나 후보가 꼽힌다. 최 후보는 후보 등록 3일 전 돌연 출마 의사를 밝히며 '깜짝' 등장해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의협 내부 직원들 역시 그의 출마 소식을 몰랐다는 후문이다. 출마 선언 이후 3일만에 추천서를 1000장 가량 확보하면서 '시간이 촉박해 추천서 받기가 힘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종결시키기도 했다.
현행 집행부 조직과 더불어 임현택 전 회장을 지지했던 세력 일부가 투표에서 최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선 세력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이 최 후보 지지에 동참했다는 후문도 있다.
임 전 회장 지지 세력은 최근 여러 논란으로 인해 표심 결집이 어렵다는 반응이 있지만 기존 집행부 회무의 연속성을 통해 내부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경우 표가 결집할 수 있다.
최 후보는 "전임 회장 개인이 잘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집행부의 회무 방향성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된 전임 집행부 일원이 재차 보궐선거에 나왔다는 점만으로 표심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 후보가 임 전 회장과 함께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도전 주수호 후보, 지난 선거와 달리 웃을 수 있나
주수호 후보는 이번 의정갈등 상황에서 치러진 의협 회장 선거에 두 번째로 출마하는 재도전자다. 지난 제43대 회장 선거 당시 임현택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등 저력을 보였지만 결선투표에서 1만표 이상 차이를 기록했다.
당시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음주운전' 이력이다. 앞서 2월 당시 의대증원 저지 의협 비대위에서 언론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당사자로 주목받았지만 투표 직전 밝혀진 과거 이력을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과거 사건에도 불구하고 주 후보가 1차 투표에서 29.23% 지지를 받아 35.72%를 투표를 받은 임현택 당시 후보와 6%p 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주 후보가 유력 당선권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이는 치명적인 개인 신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주수호 후보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다자 구도로 치러지는 것도 주 후보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여러 후보가 난립할 경우, 표가 여러 명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전국적인 인지도와 고정 지지층이 많은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주 후보의 과거 이력이 얼마나 선거 판세에 작용할 것인지가 최대 변수다.
후보 등록 시작하자 박단 위원장 지지 선언 등장, 득실 여부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의 핵심 주체인 박단 위원장이 김택우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만으로 김택우 후보도 핵심 당선권 후보로 평가 받는다. 사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인 전공의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만큼, 이 부분에서 타 후보들에 비해 강점을 갖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무슨 염치인지. 권력 앞에 굴복하거나, 후배 협박을 일삼거나, 분별없이 임을 추종하거나, 그리고 차마 지지할 수 없는. 바람 잘 날 없겠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게시 글에서 직접적인 후보 관련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해당 글은 김택우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우선 '권력 앞에 굴복한다'는 문장은 정부와 대화를 강조한 강희경 후보를, '후배를 협박한다'는 문장은 이동욱 후보, '분별없이 임(현택)을 추종'한다는 내용은 최안나 후보를, '차마 (음주운전을) 지지할 수 없다'는 내용은 주수호 후보를 일컫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직 의사단체 임원이 선거에 공개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선거규정 위반이라 공개적인 지지 표명은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전공의 여론이 전체 의사회원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김택우 후보 선거캠프에 고문으로 합류한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전 회장과 박인숙 전 국회의원이 얼마나 표심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들은 각각 지난 지난 3월 진행된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 16.83%(5669표), 15.54%(5234표)를 얻었다.
상반된 성향 강희경·이동욱 후보…중도 확장성이 최대 변수
이동욱 후보는 의료계가 최대 위기의 순간인 만큼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그는 의정갈등 상황에서 11개월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꾸준한 그의 모습에서 소위 '이동욱 팬덤'이 집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의사회를 지지 기반으로 최근 규탄 집회 등을 계기로 대중적 인지도 역시 많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다만 시위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모습을 보고 거부감을 느끼는 회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이동욱 후보는 회원이 많은 경기도의사회를 기반으로 오랜 의료계 회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엔 전공의들과도 소통하는 등 큰 장점이 있다"며 "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약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강희경 후보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투쟁 보단 대화와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필요에 따라 투쟁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오래 지속돼 온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 대화가 필요하다는 그의 견해다.
강희경 후보는 "투쟁을 하더라도 최대한 피해가 없는 투쟁을 해야 한다. 내가 어떤 것을 주장할 때 다른 이가 심각한 피해를 본다면 정당성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료계가 지금까지 반년 넘게 투쟁만 부르짖어 왔고 전공의가 아무 얘기를 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앞으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며 신속한 사태 해결을 원했다.
강 후보는 실제 의학교육 현장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교육과 수련의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교수 직역 표심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민·환자단체 등이 함께 의정협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 등 다소 의료계 내부 민심과 다른 견해를 비치고 있어 강 후보가 중도 확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공존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10개월째 의정갈등을 이끌던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등록 당일이던 3일 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해제요구로 곧바로 해제하고 정치권이 일제히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계엄령에 의료진을 '처단'해야 한다는 식의 표현을 썼던 만큼 의정갈등이 여전히 극심해지는 만큼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고, 의협회장 선거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