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일부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와 정부의 협상을 종용하거나 전공의 병원 복귀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는 것에 대해 "소속 교수들도 동의하지 않는 개인 일탈행위"라고 규정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의대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 350~500명 사이 타협안이 적절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고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직접 정부와 전공의들의 대화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는 정진행 위원장은 중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상태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성균관의대 교수 설문조사라며 기사가 많이 났다. 그러나 설문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상당하다"며 "우선 소속 교수가 계약직까지 포함하면 1000명이 넘지만 200여명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대표성이 없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문항 이외에도 4개 문항이 더 있다. 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한 현재 상황을 수용할 수 있다는 교수 응답이 70%를 넘었고 반대는 9.8%에 그쳤다.
또한 의대생 동맹휴학을 찬성하는 교수는 68.7%로 등록 후 수업거부 찬성은 13.2%, 의대생 집단행동 반대는 19.7%에 불과했다.
이대로 전공의 근무 공백이 지속되고 정부 입장도 변하지 않았을 때 향후 대응책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교수들의 53.8%가 '교수도 사직 등 근무를 거부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서도 설문조사 결과 '이대로 백업 근무를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34.6%, '전공의에게 근무복귀를 요청하겠다'는 응답은 2.9%였다.
주수호 위원장은 "언론 보도가 된 이후 삼성의료원 교수들이 매우 화가나고 당황한 상태다. 마치 성균관의대 삼성의료원 교수 전체가 전공의의 의사와 다르게 정부 방침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도됐다"며 "많은 삼성의료원 소속 교수들이 실제 설문 결과는 언론보도와 다르다며 제보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 위원장은 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주 위원장은 "최근 모 국립대병원 비대위원장이 복지부 차관을 만나고 여러 발언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병원 소속 교수들도 해당 교수의 입장에 동의하는지 물어봐야 한다"며 "실제론 동의하지 않는 교수가 더 많다. 그래서 비대위원장 자리를 오늘 내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분의 입장에선 사태를 잘 해결하려는 충정으로 시작했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소속 교수들도 자신들과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자신도 같은 입장이라는 오해로 인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 많은 교수들로부터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의협 비대위를 공식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 브리핑에서 박민수 차관은 "개원가 단체로 분류되는 의협 대신 의료계를 대표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하자"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의협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대의원총회이고 대의원회는 개원의 뿐 아니라 전공의, 공보의, 교수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대의원총회 의결사항으로 비대위를 만들 때 투쟁의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의협 이외에 다른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교수협의회, 의대생 비대위와는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전공의 비대위원장은 우리 의협 비대위 소속 위원이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의협을 개원의 일부의 단체인 것처럼 장난질을 계속하면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이 나왔다. 이는 국내 의료에 미래가 없어 해외에서라도 의업을 이어나갈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거주이전과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박탈할 수 있음을 경고한 믿을 수 없는 수준의 협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