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정부에 의대증원을 비롯한 의료체계 문제 논의를 위해 의대 교수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과도한 위협을 자제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개인 명의의 호소문을 통해 “이 사태의 시급한 해결, 의대 입학정원 조정 및 대학병원 중심일 수 밖에 없는 필수의료체계 유지와 관련해 수반돼야 하는 제반 사항들을 정부가 교수들과 함께 협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연 어느 정도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인지, 교육시설의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이고, 교수요원의 충원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배출된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의료취약지역에 근무하도록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 등 함께 생각해야 할 광범위한 주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기적으로 만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하고, 결과를 가벼운 형식으로 발표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고, 학생과 전공의들도 다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자”며 “우리의 목적이 갖는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없애기 위해 본격적인 협의는 4월 국회의원 총선 이후에 시작하고, 지금 당장은 협의의 주체 및 협의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하더라도 이 사태의 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정부는 가장 먼저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각종의 발언들을 자제해 달라”며 “헌정적 질서가 뿌리 박혀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개인의 직업선택과 관련한 자유를 그토록 쉽게 부인하거나, 아직 형사적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최고형 등을 언급하는 것은 사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각종 절차의 진행에 있어서 법적 절차와 제한을 지켜 주길 바란다. 전공의의 근무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진료와 관계 없는 인원이 병원 내의 민감한 구역까지 드나들고, 분초를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갈아넣고 있는 의사들을 전화로 불러내는 등의 행위는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대 교수들에게는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제자들을 지키면서 필수의료체계가 파국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고, 다른 이슈들은 그 이후에 살펴야 한다”며 “학생과 전공의들 중 상당수가 현장을 떠나 있지만, 그들 또한 우리가가 보호해야 할 제자들이고, 지금 그들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혹시라도 정부가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할 경우, 그 행위를 우선 무력화시키려 힘써야 할 것이며, 그 이후라도 제자들이 부당한 조치를 당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법적 시스템을 만들자”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조정의 문제는 생각보다 많이 꼬여 있다. 현재 이 문제는 의대 수준을 넘어 전체적인 대학교육 문제가 됐으며 각 대학의 총장들에게까지 올라가 있다. 지금은 누구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 합리적이고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각 대학 총장들을 향해서는 “3월5일까지 의대 정원조정에 관한 의견을 문서로 제출하라는 교육부 공문이 도착해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현황과 학교별 교육여건 등을 고려해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또 의료계 관계자들에게는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섰으며, 다른 어떠한 이익 추구도 없다. 지금 당장 가장 긴급한 이슈가 돼 있는 것은 의대정원의 문제인데, 이는 저희 교수들이 가장 가까운 입장에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그 이후 각종 이슈들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교수로서, 또 한편으로는 같은 의료인으로서 대학에 있지 않은 의료관계자들과 도와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너무 걱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말부터 드리고 싶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깊은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지만, 아직 중증환자의 진료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은 작동 중이며, 저희는 이를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