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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6월 비대면진료 연착륙 선언했지만…제도화 '첩첩산중’

    '의원급' '재진' 한정해도 원천적 반대 입장, 병원계는 병원 허용 주장…명확한 지침‧확실한 수가·면책범위 등 관건

    기사입력시간 2023-03-04 08:24
    최종업데이트 2023-03-04 08:24

    정부는 오는 6월을 목표로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끝마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국무조정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올해 내 비대면진료 제도를 국내에 ‘연착륙’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법 등으로 인해 의료계와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의정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내부 이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의원급과 재진환자 등으로 국한된 합의 내용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선 재진환자 세분화, 구체적인 지침 마련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면진료 보조적 수단에 의원급‧재진환자 한정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을 목표로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끝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돼 있어 조만간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에서 하향되면 비대면진료 법적 근거가 사라져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복지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을 살펴보면 지난달 의료현안협의체 2차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가 합의한 내용이 대체로 그대로 담겼다. 

    구체적으로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재진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한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또한 이외 의료취약지 환자 등이 비대면진료 우선 허용 대상으로 포함됐다. 

    현재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등이 각각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가 모두 비대면진료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의협과의 합의까지 거치면서 법안 개정은 상반기부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 당장 필요한가?”…의정합의에 쏟아지는 반대여론

    다만 비대면 진료 관련 의정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내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더욱이 간호법 등으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까지 단절되면서 향후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의료계 내 분열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우선 의협 합의와 별개로 최근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약사회, 서울시내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을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비대면진료 플랫폼 간의 과다 경쟁으로 의료쇼핑 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6월 약배송 플랫폼 대표주자인 닥터나우를 '원하는 약처방 받기' 서비스를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닥터나우를 상대로 고발한 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며 "아직 비대면진료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효과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아직 비대면진료가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많은 상태다. 순천향의대 박윤형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간 의료이용 횟수가 16회 이상으로 의료접근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당일 바로 진료 비율은 74.9%로 읍·면 지역도 당일 바로 진료가 79%에 육박한다"며 "지금처럼 보완적 성격으로 한정된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려고 한다면 따로 법 개정은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합의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발의안과 합의 내용을 보면 재진 환자라고만 명시하고 있는데 재진 환자도 질환에 따라 다 같은 재진 환자가 아니다. 특정 질환은 재진 환자라도 적절한 대면진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확한 상태를 체크하지 못한다. 디테일한 내용에서 아직 쟁점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약사회, 서울시내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을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서울시의사회

    병원‧산업계 입장은 정반대…재진‧의원급 비대면진료는 한계 명확

    재진‧의원급에 한정된 이번 비대면진료 확대안이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병원이 빠진 상태에서 일차의료만 참여하는 비대면진료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의협 내부에선 대체로 재진‧의원급 한정 내용을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병원과 산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한국원격의료학회 백남종 학술위원장은(분당서울대병원장) "의원급에 국한된 비대면진료는 반쪽자리다. 한계가 명확하다"며 "초진 이후 약을 타거나 간단한 모니터링만 하면 되는데도 대학병원 진료를 보려고 몇 달씩 대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과밀화 현상을 비대면진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쏠림 문제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병원급이 포함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개원가와 대학병원이 상생하는 모델을 찾으면 된다. 개원가와 대학병원 네트워크를 만들어 의원급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병원급에서 환자케어를 하는 등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는 이미 의원급과의 비대면진료 협력모델을 발굴하려는 시도에 착수했다. 병협은 최근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한국병원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병협 관계자는 "의료기관 간의 과당경쟁은 방지해야 하지만 의료기관 종별 역할에서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며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참여와 의원급과의 비대면진료 협력모델 방안 등이 연구용역 내용에 담겼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닥터나우 임경호 부대표는 "비대면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나 의료취약지 등으로 제한해 버렸다. 그러나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도시의 직장인 등 부류에서 비대면진료 수요가 크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임 부대표는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공급부족이 문제가 되는데 야간과 응급의료의 일부 수요를 비대면진료가 1차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대면진료를 이런 식으로 연계하면 의료의 질 자체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지침’‧확실한 ‘인센티브’ 있어야 정착 성공할 것

    의협은 지난해 4월 대의원총회에서 사실상 비대면진료 허용을 공식화했다. 다만 현장에서 비대면진료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와 확실한 법률적 지침 마련이 관건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지난해 총회 당시 대의원회를 통과한 비대면진료 안건 내용도 ▲일차의료기관 중심 ▲의협 주체의 비대면진료 추진 ▲대면진료 대비 1.5배 이상의 수가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비대면진료에 따른 법률적 책임소재와 시설 기준을 법제화 등도 쟁점 사안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의사단체가 주도된 시범사업을 통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진료비용과 위험성을 고려한 충분한 수가와 의사의 재량권, 면책 범위의 확대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은 "산업계의 관점 말고 의료계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제도가 확대되면 분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 강성지 정책기술분과위원장도 "의료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분야다.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명확한 지침과 제한점들을 규정하고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