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증원이 아닌 활동 의사 수를 늘릴 수 있는 다른 대책을 보건복지부 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12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적정 의대정원 확대 규모는)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당장 활동 의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이 있다. 잘못된 제도만 바로 잡아도 동원할 수 있는 의사만 수천 명"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료법 시행규칙상 당직 의료인 기준을 보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 200명당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당직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 소장은 "200명 당 1명씩 당직을 서도록 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규정들만 수정해도 훨씬 많은 의사를 확보할 수 있다"며 "전 세계에 이런 야간 당직 규정이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필수의료 전공의 수련체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위험부담이 큰 필수의료 분야에서 젊은 의사들이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다 보니 필수의료 지원을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의과대학 졸업 후 초기연수 2년을 거쳐 분과 코스를 정해 3~4년간 후기연수의로 수련을 받은 뒤 분과 전문의가 된다.
특히 일본은 대학병원 이외에 수련이 가능한 2차병원에서 다양한 술기 경험을 접할 수 있어 한국에 비해 배움의 과정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봉식 소장은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빨리 바꿔야 한다. 지금은 위험 부담이 큰 필수의료를 배우기 힘든 시스템"이라며 "일이 바쁘고 인턴 때 병원 잡무만 하다보니 전공 과정 때 겁나서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련 시스템만 바꿔도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전공의 수만 늘린다고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필수의료를 제대로 수련할 수 있는 제도가 밑받침돼야 필수의료가 산다"고 말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국내 의사 인력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내렸다.
우선 활동의사 수가 늘고 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매해 활동한 의사 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활동 의사 수는 2013년 9만 710명에서 2022년 11만 2321명으로 총 2만 1611명이 증가했다.
현재 의사 수 자체가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2047년이 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도달하게 된다. 2047년 OECD 평균 국민 1000명 당 활동 의사 수는 5.82명인데, 한국도 그때가 되면 5.87명이 된다는 계산이다.
특히 고령화 저출산 등 인구사회학적인 변수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곧 의사 과잉상태가 된다는 게 의정연 측 연구결과다.
우 소장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마녀사냥이다. 정부가 그동안 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 변화를 감안하지 못하고 의료전달체계와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 수입이 제일 많다는 주장도 있는데, 자신의 돈을 투자해서 사업을 하는 개원의사와 의사가 공무원인 나라와 단순비교는 어렵다. 의사 공무원 나라를 빼면 한국은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