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노예만 있는 게 아니다. 요즘에는 대학병원 교수도 펠로우와 바를 바 없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스트레스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교수들이 의료공백을 '땜빵'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수련병원은 전공의특별법에 따라 전공의에게 주 80시간을 초과한 수련을 할 수 없다.
또 전공의가 수련과 당직 등을 연속으로 하더라도 36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도록 하고,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수련병원 지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복지부는 근무시간 규정을 위반한 수련병원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호스피탈리스트(병동전담전문의)가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C대학병원 내과 역시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전체 내과 병동을 다 관리하는 게 아니라 시범병동에 입원한 환자만 보기 때문에 교수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스피탈리스트가 받는 연봉은 또 다른 뇌관이다.
C대학병원 내과 A교수는 7일 "호스피탈리스트가 내 연봉보다 높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호스피탈리스트는 낮에만 근무하고 퇴근하지만 교수들은 당직을 선 다음날 연속으로 진료를 보고, 연구, 교육을 다 하는데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갈등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특별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의사를 추가 채용해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진료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수련병원들은 인력을 늘리기보다 교수들에게 더 분발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다.
B대학병원 외과 K교수는 "요즘에는 교수도 펠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단언했다.
펠노예는 펠로우(전임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빗댄 신조어로, 펠로우+노예의 합성어다.
K교수는 "전공의특별법 때문에 전공의들은 입원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오후 6시 땡 치면 퇴근해야 하고, 더 있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그러면 교수들이 남아서 환자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K교수는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교수를 더 뽑아야 하지만 병원은 수가가 낮아 그럴 여력이 없다는 말만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만만한 게 교수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수련병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하거나 수가 가산 등의 대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자칫 '의-의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