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중국은 거대 제약시장이지만 접근이 어려워 글로벌 회사들의 신약 출시가 늦고, 국내 제약회사들의 진출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의약품 규제를 개혁하면서 중국도 가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은 20일 '중국 규제 개혁과 임상개발의 실제'를 주제로 제14회 글로벌 임상개발 포럼을 열었다. 큐어랜케어 리서치 문한림 대표와 중국 최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타이거메드(Tigermed)의 제시카 리우(Jessica Liu) 부사장이 연자로 나서 중국 신약 임상개발 사례와 규제 개혁 전후의 임상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리우 부사장은 주제발표에서 주요 규제 변화로 ▲중국에서 다지역 임상시험(Multi-Regional Clinical Trialsm, MRCT) 완료시 이 데이터로 직접 NDA(New Drug Application) 제출 가능 ▲해외 임상시험 데이터 수용 ▲중국에서 1상 임상시험 동시 진행 가능, MRCT 신청을 위해 중국 이외 지역에서 시행된 2상 자료 불필요 ▲중국 내 임상시험 승인 신청(CTA) 및 NDA 시 의약품제조판매증명서(CPP) 불필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희귀의약품 및 혁신 치료제 우선 허가(조건부 허가, 우선 심사 통한 심사 기간 단축) ▲새로운 심사-허가 시스템 도입(최대 60영업일까지 임상시험 승인) 등 6가지를 꼽았다.
이러한 규제 변화를 바탕으로 실제로 신약 허가 시간을 크게 단축시킨 사례도 나오고 있다.
리우 부사장은 "해외 임상시험 데이터가 사실이며 신뢰할 수 있고, ICH GCP 및 의약품 등록 요구사항(데이터 진실성)을 충족하며,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인종적 민감성 요인이 없으면 전적으로 수용가능하다(fully acceptable)고 본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중국 본토 밖에서 제조됐고, 해외에서 R&D를 진행했으며, 수입 제품을 중국에 출시하려는 신약이 있었다. 이 약은 1상과 2상은 해외에서 수행됐고, 3상 MRCT에 중국이 포함됐으며 하위분석에서 아시아 인구에 대한 인종적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MRCT 데이터로 NDA 경로를 밟을 수 있었고, 미국 승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리우 부사장은 "IND를 가져오는 전략도 취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제조되고 1상과 2상이 미국에서 완료한 뒤 중국에서 1상과 3상을 동시 진행한 신약 사례를 들었다.
또한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 질환으로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경우, 이미 다른 국가에서 출시된 생물학적 제제라도 과거에는 CTA 신청 후 NDA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새 규제 아래에서는 CTA 없이 바로 NDA 신청이 가능하다. 대신 조건부 승인으로 시판 후 자료 제출이 요구된다.
문 대표는 "개혁 전에는 IND 승인까지 14개월이 소요됐지만 개혁 후에 3개월 안에 가능해지면서 중국도 글로벌 임상연구에 일찍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금의 NMPA(National Medical Products Administration, 구 CFDA)는 합리적이어서 글로벌 데이터가 굉장히 좋다면 먼저 승인하고 추후 중국 환자에서 효능 트렌드를 보고하고 안전성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회사들은 개혁 전과 후에 굉장히 다른 개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과거에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임상개발을 가장 나중에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려해 글로벌 승인과 늦지 않게 등록한다는 것이다. 한 전립선암 치료제는 임상연구에 중국 환자는 1명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무전이 생존을 현저하게 개선시킨 글로벌 임상 데이터만으로 현재 NDA 심사 중이다.
문 대표는 "개혁 이후 중국 규제당국은 굉장히 오픈돼 있어 사전 IND 미팅을 권장하나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미팅 없이 IND 신청이 가능하다. NDA도 마찬가지로 사전미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굉장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하며, 중국 데이터 없이 NDA를 낸다면 PAC(Post Approval Commitment) 연구까지 같이 논의한다. 중국 데이터가 요구되는건 분명하지만 제출 시기는 NDA 전 또는 후로 유동적이게 됐다"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는 Stratege, Science, Communication, Baldness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묵현상 단장은 "중국은 굉장히 큰 시장임에도 여태까지 접근하기 만만치 않았다. 한미북경, 양주일양 등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중국시장에 접근하려고 노력했으나 어린이들이 먹는 기침약정도밖에 못파는 시장이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선진국 수준으로 개혁되면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시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전세계 제약시장을 100으로 보면 미국이 40%, 유럽시장을 다 합하면 25%, 우리나라가 1.4%, 중국이 24%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할 우리 이웃 시장이고, 규제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지동현 원장은 "중국은 그동안 라이센스 아웃 등 R&D 측면에서 상호작용은 많이 있었지만 한국 신약 개발자들이 중국시장에 들어가보겠다는 엄두를 내진 못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남의 손에 개발을 맡길 수 없다"면서 "한국에서 라이센스 인 해간 중국 회사가 임상개발할 때는 다시 한국을 찾는다. 한국-중국 관계는 라이센스를 누가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어떻게 공유하고 개발하느냐가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