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6월에 전주, 부천, 천안, 광주 서구 등 전국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첫 발을 뗀다.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사례와 더불어 평가 기준과 지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모든 보건의료 정책은 평가를 통해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케어는 기존의 의료기술처럼 유효성이나 비용효과적 측면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고 지역중심 특성에 따른 차이와 복합적인 개선 사항을 반영하려면 새로운 평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는 5월 31일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2019년 전기 학술대회를 열었다. 커뮤니티케어 모델은 구축 단계부터 근거 기반으로 형성해야 하고 돌봄기술의 현실적인 적용을 위해 리빙 랩을 중심으로 사용성 평가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추진하는 사례도 소개돼 어떤 난관이 있고 어떤 보건의료기술평가가 필요한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커뮤니티케어 모델 구축할 때부터 근거 기반으로 만들어야
가천대학교 간호대 이선희 교수는 보건과 복지를 연계하는 커뮤니티케어에서 보건 분야의 역할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부터 근거를 기반으로 보건의료기술평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욕구 분석, 모니터링, 평가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몇 개 지자체에서 예산 7억9000만원을 지원 받아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지자체별 커뮤니티 케어 세팅 모델은 확정된 상태다. 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주요 추진 방향은 세 가지다. 탈병원·탈시설 커뮤니티 인프라를 확충하고 보건소와 요양시설, 재가시설 등을 통합 연계하고, 지자체 중심으로 적합한 모델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 내용을 보면 급성기 병원, 보건소, 재가시설, 노인복지관을 모아서 노인을 돌보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전주시는 초기 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급성기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방문해서 케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ICT나 돌봄 로봇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보건과 복지의 연계에서 보건 분야가 많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또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어떤 효과를 만들려고 할 때 근거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평가 지표나 모니터링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이 잘 되려면 보건의료기술 평가를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와 간호행위만 의료기술평가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보건의료정책도 근거를 기반으로 의료기술평가를 하고 있다. 문제를 찾는 일부터 문제를 찾아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평가하는 방법도 굉장히 자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급성기병원을 커버하기 어렵다. 그래서 커뮤니티케어가 필요하다, 여기까지가 정부의 아이디어다. 그러면 각 지자체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커뮤니티케어를 시행할지 밑그림을 그릴 때 어떤 방안이 우리나라 노인에게 가장 좋은지에 대한 문제 발견, 정책 시행 및 모니터링, 결과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노인이 많다. 병원의 케어는 어려워 방문 간호사가 텔레 모니터링으로 쭉 돌봄관리를 하고 중요할 때만 방문하고 있다"면서 "COPD 노인 환자의 경우에 무엇을 모니터링할지 정해야 한다. 텔레 모니터링만 기계만 설치하는 게 아니라, 텔레 모니터링에 대한 포괄적인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를 시행할 때 근거를 기반으로 세팅하고 그에 따라 해야 한다. 일본은 커뮤니티케어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응급실 노인의 재입원율이 줄었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만들 때 근거자료를 충분히 찾아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식 돌봄기술 구체화 위해 리빙 랩 중심으로 사용성 평가 필요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김영선 교수는 커뮤니티케어에 적용될 돌봄기술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식 돌봄기술을 구체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현실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돌봄기술을 리빙 랩(Living Lab)을 중심으로 사용성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핵심가치는 자립이다. 케어를 넘어서 노인의 자립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자 본인이 자기결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철학적 배경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국가나 지역사회 등 공공영역뿐 아니라 기업 등 민간에서 역할이 커져야 한다. 또 노인 당사자와 가족이 초고령사회를 맞아 변화한 사회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령사회 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다른 나라들도 이름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커뮤니티케어를 시행하고 있다"며 "국가별도 역사가 다르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의 경우에는 100여년에 걸쳐 고령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오랜 기간 커뮤니티케어를 시행했다. 반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고령화를 겪어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역사가 짧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지만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책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모든 시스템이 현이라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굴러간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우리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인의 삶은 복합적이다. 자립적 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자기결정권을 할 수 있는 삶을 위해, 일반 노인들도 돌봄기술을 통해 자립 생활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돌봄기술은 초기 단계다. IOT나 ICT 등을 활용해 돌봄기술을 확장하려고 시도 하지만 서비스 개발, 사용평가, 실생활 사용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 등이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돌봄기술은 정형화 돼 있지 않다.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리빙 랩(Living Lab)을 중심으로 사용성 평가를 해야 한다"며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국가나 지자체뿐 아니라 좋은 기술을 가진 민간과 협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팡이 등 단순한 기술이라도 수요가 높다면 정부의 지원을 넓혀 노인 대상의 돌봄기술이 대중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증 위해 생활기관과 연계해 연구 개발해야 한다. 연구개발만 지원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회보험에서 수가까지 연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하며 부딪히는 어려움은
광주광역시 서구는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을 하는 지자체 중 한 곳으로 광주 서구의 특성을 반영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만들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청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 TF팀을 맡아 사업을 추진하는 윤종성 팀장은 초기 단계지만 선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고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밝혔다. 평가 기준 등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의원급의 방문진료 참여가 원활하지 않은 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윤 팀장은 "광주 서구는 30만4174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만8468명이다"면서 "빅데이터 기반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1차년도 대상을 6500명 정도를 추렸다. 이 중 3100명은 병원에 잘 다니고 건강 관리를 잘 다니고 있는 것으로 타나났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과거에 만성질환 진단을 받았지만 최근 3개월 간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거나 약을 복용하지 않는 분들이 3335명으로 추려졌다. 이 중에 건강 회복을 위해 스스로 허락한 사람들 400명을 대상으로 요양, 운동, 약물 복용 등을 하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또 병원에 계신 분들 중에 50분을 추려 퇴원해 집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은 크게 3개 모델이다. 1모델은 만성질환자 중 미관리군 노인 400명을 대상으로 집중 건강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원안이다"면서 "의사회, 한의사회, 간호사회, 물리치료사회 등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함께 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가 특별히 강조한 것은 예산 중 8억을 주택 개보수 사업에 쓰라고 하는 것이었다. 개보수 사업은 1모델과 2모델 모두에 해당한다. 총 16억 예산을 책정했고 복지부 8억, 시비 4억, 구비 4억이 들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2모델을 병원 입원환자 및 시설 입소자 중 지역 복귀 추진 대상자 50명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LH의 다가구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퇴원시 운송수단 택시도 제공하고 삼시세끼 음식도 배달도 몇 개월 단위별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3모델은 3개 이상 만성질환자 중 미관리군 3335명을 대상으로 하는 재가노인 집중사례관리 모델이다"면서 "밤낮에 상관없이 24시간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결망을 운영하려고 한다. 또 '행복매니저'라는 앱을 통해 사례관리자의 전체 수행활동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 진료와 관련해서는 지역 의원급에 협조를 구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면서 "복지부에서는 병원급 말고 의원급이 진료하도록 하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서구에 있는 종합병원들과 함께 서비스를 논의하고 있다. 진료를 하지는 않지만 자문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서구는 총 18개 동이 있는 데 3~5개 동을 한 권역으로 묶어 거점 병원(종합병원)을 만들었다. 동 차원에서는 사례회의를 하고 권역별 거점 병원과는 케어진단회의를 함께 하고, 서구 차원에서는 지역케어회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수가 연계·돌봄기술 활성화 유도 지원책·새로운 의료기술평가 필요성 등 제안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광주 서구에서 사례와 관련해 방문진료 등이 현실적으로 추진하려면 합당한 수가가 연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돌봄기술의 활성화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민간에서 돌봄기술을 대중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의료기술 평가에서 지자체 특성에 기반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기존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커뮤니티케어 추진 자체는 바람직하다. 제대로 된 정착 위해 어떤 방안을 모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보건의료기술이라고 해서 다들 웨어러블 기기, 원격의료 등만 떠올리는데 보건의료기술은 기술뿐 아니라 제도 전반을 구성하는 기술을 뜻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노인 환자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잇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평가 도구를 만드는 것이 선도사업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광주 서구의 사례를 흥미롭게 들었다. 표준화된 도구 평가도구를 어떻게 적용할지 만드는 일이 의료기술 을 평가하는 분들이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병원에서 노인포괄평가로 70여개 항목을 평가하는데 노인 한 분당 30분이 걸린다. 노인의학회에서 이 평가를 하자고 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다. 수가가 연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게 했을 때 보상이 있어야 하고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 의사들이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에 아무도 참여하려고 하지 않았다는데, 노인 한 명을 보기 위해 최소 30분~1시간을 비워야 하는게 누가 할 수 있겠나. 1인 개원의는 방문진료를 할 수 없다. 2인 이상의 집단 개원의 중에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식 등 대안이 필요하다"며 "결론적으로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과 적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는 "고령 친화(aging friendly)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보건의료기술 개발도 세계적으로 궤도에 올라가고 있다. 10년이 지나면 상상하지 못한 기술을 일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기술 개발의 목적과 방향성이다. 수요자와 같이 해야 한다. 보건의료기술뿐 아니라, 의료기술, 주거기술 등 기술을 수요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개발해야 한다. 대부분 연구자나 개발자는 자신이 관심이 있는 기술만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정부 수가로 해결할 수 없다. 민간 시장에서 기술은 정부의 효과만으로 지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희선 부연구위원은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는 커뮤니티케어를 봤을때 풀어내는 방식 즉, 방법론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다"면서 "연구기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의료기술 평가와 커뮤니티케어 평가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기술 평가를 커뮤니티케어에 접목했을 때 통합, 조정, 지방자치 등을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복합 중재 평가를 연구해야 한다. 국제기구에서는 의료기술 평가를 할 때 기술만 보지말고, 사회문화적 관점과 윤리적 관점, 법적 관점에서도 해석해 통합평가를 제시하라고 하고 있다. 완화의료도 그런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지방의 자율에 따라 다른 모델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단일 기술 평가를 하면 지방이 내포한 맥락과 상황이 고려되지 못할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면서 "돌봄기술에서는 이동형 장치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복합 중재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복합 방법론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 중심, 현장 중심의 평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