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문간호사 자격인정에 대한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새롭게 신설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가 기존 의료법에서 정한 면허별 업무범위 규정을 혼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기존 '의사 지도와 의사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되는 처치와 주사 등 보건진료 업무' 규정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신설되면서 논란이 거세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신설, 교육기관 지정·평가도 위탁
보건복지부는 2일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8월 3일부터 9월 13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전문간호사가 자격을 인정받은 경우 해당 분야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률에서 복지부령에 위임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지정과 평가 등 질 관리 업무를 전문성을 가진 관계기관에 위탁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시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전문간호사는 1973년 의료법상 분야별 간호원 조항 신설 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보건, 마취, 정신, 가정,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 등 13개 분야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다.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선 간호실무 3년 이상 경력과 대학원 전문간호사 과정 2년 이수, 국가 자격시험 합격 등이 필요하며 연간 300여 명이 배출되고 있다.
전체 자격취득자는 1만5871명에 달하지만 지난 4월 기준으로 약 1400여 명의 전문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의 주요내용은 13개 분야별 특성에 따라 전문간호사 업무범위가 신설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보조' 대신 '의사 지도와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 처치와 주사 등 보건 진료 업무'로 업무범위가 규정될 예정이다.
그간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관한 논의는 진전시키지 못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한의사협회, 간호협회, 병원협회 등이 참여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가 재가동되면서 3차례 의견수렴이 진행됐고 그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범위가 결정됐다.
특히 개정안은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질 관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도 담고 있다.
현재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지정·평가 업무는 전문성을 가진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이 수행하고 있으나, 업무 위탁의 근거가 없어 교육기관의 질 유지·관리 업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개정안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지정·평가 등 전반적인 질 관리 업무를 관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복지부는 "개정안을 통해 전문간호사 분야별 업무범위를 규정함으로써 전문간호사 자격 제도의 활성화 및 전문의료인력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의 질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관계기관이 권한과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우수한 전문간호사를 배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지도에 따른 처방' 규정 신설에 의료계 반발
반면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5일 복지부에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가장 큰 비판이 쏟아지는 부분은 5개 분야에 '의사 지도에 따른 처방' 규정이 업무범위로 신설된 점이다.
기존 의료법은 의료인은 진료행위를, 간호사는 진료보조행위를 업무범위로 규정하고 있고 두 행위가 지도를 매개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도'라는 표현에 '지도에 따른 처방'이 포함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굳이 별도 명문화가 필요없다는 게 의료계의 견해다.
특히 의료계는 이 같은 불필요한 조항으로 인해 자칫 전문간호사의 주사와 처치가 의료인의 지도만 있다면 의료기관이라는 장소 제한없이 포괄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또한 의협은 전문간호사의 지도·감독 대상에서 치과의사와 한의사를 삭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치과의사와 한의사 등이 전문간호사 진료보조 업무와 관련성이 적고 특히 마취와 중환자, 응급 등 분야에선 연관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의료법에 명시돼 있는 면허별 업무범위를 혼란시킬 수 있다"며 "전문간호사 지도감독 대상도 연관성이 높은 직종에 한정해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