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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의원 “무조건 의대증원 2000명? 비전문가들의 거꾸로 된 의료개혁”

    [특별인터뷰] 의대증원 1년 유예하고 협의체서 과학적 근거 기반 결론 내야…의사 출신 당선인 공동 건의도 고려

    기사입력시간 2024-04-18 15:21
    최종업데이트 2024-04-18 17:53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의사 출신 22대 총선 당선인 특별인터뷰

    의정 갈등으로 어느 때보다 의료계의 관심이 높았던 22대 총선에서 의사 출신 국회의원 8명이 당선됐다. 지역구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 중에는 국민의힘 안철수(경기 성남시 분당갑)∙서명옥 후보(서울 강남갑),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후보(경기 오산시) 등 3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비례대표 당선인은 5명으로,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선 인요한 후보(비례 8번), 한지아 후보(비례 11번)가 예상대로 당선됐다. 조국혁신당에서는 김선민 후보(비례 5번)가 국회에 입성했다. 개혁신당 소속 이주영 후보(비례 1번)도 의사 출신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고 관심을 모았던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후보(비례 12번)도 국회 입성이 확정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사 출신으로 국회 입성하게 된 당선인들을 만나 의료 현안에 대한 의견과 향후 의정 활동 계획을 들어본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무조건 2000명이 뭔가. 2000명은 어디서 나온 건가?”
     
    최근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국민의힘 경기 성남시 분당갑)은 16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나 의정 갈등을 초래한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은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점진적 의대증원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필수의료 위기를 초래한 저수가와 의료사고 처벌 부담 문제 해결에 앞서 의대증원 규모부터 제시한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방의료의 경우엔 지방의료원 확충과 투자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안 의원은 “지금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는 낮은 수가와 법적 리스크 때문”이라며 “의사가 사람을 살리려고 수술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감옥에 가는데, 누가 그 낮은 수가에 감옥 갈 위험까지 감당하려 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적절하게 수가를 올리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낮춰주는 식으로 합리적으로 조정을 해야 한다. 그것만 해결해도 필수의료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결국 돌아온다"는 잘못된 전망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안 의원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정말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며 “16일 오전에는 정부 측 인사와 의료계 측 인사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대화 창구를 만들어서 빨리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덧붙였다.

    저수가·의료사고 법적 부담만 해결해도 필수의료 나아져
     
    안 의원은 정부가 의대증원 2000명 계획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부터 언론을 통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수차례 내왔다.
     
    총선 직전에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와 만나 의대증원을 1년 유예하고 정부·의료계·환우회·국제기구(OECD 등)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대증원 규모를 산출하자는 중재안도 제시했다.
     
    의대생들이 유급을 피할 수 있는 시점, 각 대학이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하는 시점 등 각종 데드라인이 임박해 온 만큼 우선 파국을 피할 시간을 벌자는 취지다.
     
    안 의원은 “(유예를 통해) 사태가 빨리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의대생들의 대거 유급으로 병원에서 인턴을 할 자원이 사라지고, 내년 학생 수도 2배가 된다”며 “의대 교수를 만드는 데도 10년, 의사를 배출하는 데도 15년이 걸리는 데 1년 정도는 연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22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의사 출신 당선자들과 이번 사태의 유화적 해결을 정부에 건의하는 것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만큼은 여·야를 뛰어넘어 뜻이 맞는 의사 출신 당선인들과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차기 국회에 입성하게 된 의사 출신 당선인은 총 8명이다. 이들 모두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가 정부가 2000명을 고집하는 대신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의료계에도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사태 해결 위해 뭐든 하겠다…의료계도 대화 나서달라

    안 의원은 "다만 의대증원은 입법부인 국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정부의 영역"이라고 했다.

    최근 안 의원을 포함해 여당에서 의대증원 2000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가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안 의원은 “사실 국회는 중재자 역할 정도를 한다. 나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라며 “코로나 팬데믹 같은 상황이면 다 집어던지고 현장으로 달려가면 되는데 이건 그럴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의료계를 향해서는 “우리 모두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한 사람들인데 이번에 제대로 된 안을 만들고 빨리 정부와 협상해서 결론을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 과정에서 나에게 시킬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최우선으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이어 “내가 어느 상임위 소속인지와 상관없이 사람 생명이 제일 중요하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증 급여 줄이고 중증 지원 늘려야…의료전달체계 회복 위해 주치의제 필요
     
    안 의원은 이날 향후 의료개혁 과정에서 경증환자의 과다 의료이용을 유발하는 현행 건강보험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선 점진적으로 진행한다면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으로는 주치의 제도의 도입 필요성도 주장했다. 지금처럼 환자가 원하면 사실상 전국 1~3차 기관을 자유롭게 골라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의 취지를 살리려면 아주 경증인 환자에 대해선 급여를 줄이고 비급여 비율을 높이고, 오히려 중증인 환자들에 대한 급여를 더 늘리는 게 맞다고 본다”며 “소위 병원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건보 재정이 그런 곳에 쓰이는 걸 국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지방 환자들도 KTX를 타고 다 서울 빅5 병원으로 가는데, 아프면 먼저 1차 의료기관 주치의에게 가게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사실상) 바로 3차 기관으로 갈 수 있게 운영하려면 왜 1~3차 기관을 만들었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