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재정 건전성에 방점이 찍힌 현 정부가 고가의약품의 접근성을 강화하면서도 약품비 지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1월 도입한 중증‧희귀질환 신약의 신속 등재로 환자들의 고가의약품 접근성을 강화하면서도 위헙분담계약과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로 약품비 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 정해민 실장이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약제관리실 주요 업무에 대해 소개했다.
중증‧희귀질환 신약 접근성 강화 위한 '평가-협상 병행제도' 첫 약제는 '크리스비타주'
이날 정해민 실장은 "올해 1월부터 대체의약품이 없는 중증‧희귀질환 신약의 치료접근성 강화와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급여평가 및 약가협상을 병행함으로써 등재 결정기간을 60일 단축했다"며 "평가-협상 병행제도의 적용을 받은 첫 번째 약제는 소아희귀구루병 치료제인 크리스비타주로, 5월 1일 등재됐다"고 성과를 밝혔다.
실제로 공단은 심평원 급여적정성 평가와 병행해 업체와 사전협의를 진행했고, 이후 본 협상 명령 후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일반약제의 절반인 30일 만에 등재를 완료했다.
정 실장은 "하반기에는 상반기 제약협회가 제출한 시범사업 대상약제를 검토해 빌베이, 코르지바 등 소아희귀질환 약제 2품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고가약 재정지출 불확실성 완화 위해 '위험분단계약' 68개 약제 123품목…고도화 예정
이와 더불어 공단 약제관리실은 고가약의 위험분담계약 고도화를 통해 재정지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있다. 위험분담제는 고가 신약 중 치료효과 입증이 어려운 경우 그 불확실성을 제약회사가 일부 분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단 약제관리실 신약관리부에 따르면 위험분담제도가 시행된 2013년 12월부터 2023년 8월 1일까지 68개 약제 123품목을 대상으로 위험분담 계약이 체결됐고, 이 중 18개 약제 26품목은 계약이 종료됐다.
위험분담계약에 따라 제약사로부터 환급받은 금액은 2022년 한 해 동안 3281억이며, 최근 5년간 위험분담 계약의 증가에 따라 환급 금액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실장은 "위험분담제도가 고가약의 신속등재와 재정건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위험분담계약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진행하고자 한다. 고가약의 신속한 등재를 위해 위험분담계약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성과기반 환급계약 적용 약제 확대 및 재정분담안 유형 추가 등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으며, 행정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유관기관 및 제약업계와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공단 약제관리실은 위험분담제 개선 연구용역 결과 중 하나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약제의 사후관리 및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시돼 올해 추진 중인 심평원의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용역의 결과를 참고해 추가 개선 과제를 도출 할 계획이다.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 약품비 지출 관리 강화 역할 톡톡…개선방안 도출 워킹그룹 운영중
공단 약제관리실은 향후 고가 의약품 급여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속에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PVA)'를 더욱 발전시켜 약품비 지출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는 말 그대로 사용량 관리 제도로써 유형 가, 유형 나, 유형 다의 각 기준에 따라 사용량에 따라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정 실장은 "지난해 4월 재정 영향이 큰 품목을 중점 관리하도록 지침 개정했다. 2022년도 협상 결과 전년 대비 대형품목이 증가하고 소형품목은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지난해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의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이해관계자의 수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워킹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워킹그룹은 올해 6월부터 제약사와 월 1회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워킹그룹은 선정‧제외 기준과 참고산식 및 최대 인하율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며, 향후 사용량 보정 및 계약 방식 다양화 등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고, 연내 개선안 마련 및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2024년에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공단은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강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신약의 혁신가치 적정 보상, 혁신 신약의 허가-평가-협상 연계 시범사업 등을 복지부와 논의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건보 재정 하에서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약품비 지출 효율화가 수반돼야 하며 공단은 PVA을 통해 전체 약제 중 0.6%, 평균 청구액 260억 원에 달하는 소수의 고 재정 약제의 약가 인하로 연평균 400억 원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공단은 올해 총 40개 제약회사와 57개 동일제품군 134개 품목에 대해 사용량-약가 연동 '유형 다' 협상을 진행해 전원 합의했다.
정 실장은 "기대 효과는 크게 3가지로 건보 재정 절감, 환자 의료비 부담 완화 및 감기약의 안정적 수급 기여이다"라며 "올해 '유형 다' 협상으로 인한 재정 절감액은 281억 원이다. 이는 지난 5년(‘18년~’22년) 평균 267억 원 대비 14억의 추가 절감을 달성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기약 및 항생제는 코로나19로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는 바 6월부터 제약협회와 협의를 통해 약제 보정안을 마련해 식약처 수급 모니터링 감기약 및 항생제의 인하율을 완화함으로써 안정적인 감기약 수급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