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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병원, 왓슨 도입해보니…10대암 청구액 8위로 '껑충'

    길병원 왓슨 도입 1년 기자간담회, 환자 37명 타병원에서 길병원으로

    기사입력시간 2017-12-05 17:18
    최종업데이트 2017-12-06 08:21

    ▲길병원 이언 단장이 왓슨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가천대 길병원이 인공지능(AI) ‘왓슨포온콜로지’를 도입한지 1년이 지났다. 길병원은 5일 가천의대 301통합강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년간 암 환자 557명에게 왓슨을 도입한 결과를 발표했다.
     
    길병원은 왓슨 도입 이후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을 가장 큰 효과로 봤다. 많은 환자가 길병원에서 빅5병원 등으로 이탈하지 않아 암 청구액이 늘었고 빅5병원에서 반대로 오는 환자도 있었다. 왓슨의 치료결과를 토대로 다학제 진료가 가능해진 것도 이득이었다. 길병원이 밝힌 왓슨 도입 이후의 장점을 크게 6가지로 추려봤다. 이날 답변은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 이언 단장과 외과 백정흠 교수가 맡았다.
     
    ①10대암 청구액 10위권 밖에서 8위로 ‘껑충’
     
    자료=길병원 발표 슬라이드 
    "길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액을 기준으로 올해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3개 암종이 전체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길병원은 2016년 1~9월 대장암 청구액이 18위였지만 왓슨을 도입한 이후 2017년 1~9월에는 8위였다. 유방암 청구액은 2016년 13위에서 2017년 9위, 폐암 청구액은 2016년 20위에서 2017년 10위가 됐다. 같은 기간 위암 청구액은 17위에서 12위, 간암은 16위에서 14위가 됐다.
     
    10대암 전체 청구액수는 2016년 1~9월 221억2000만원에서 2017년 1~9월 323억4000만원으로 전년대비 102억2000만원이 늘었다. 상급종합병원의 10대암 청구액을 기준으로 보면 빅5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 이어 8위를 기록한 셈이다. 이같은 성과는 왓슨을 도입한 이후 환자가 이탈하지 않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암 환자가 왓슨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을 알 수 있다. 왓슨을 도입한 이후 지역사회에서 정상적인 병원의 역할을 하고 그만큼 환자가 늘었다고 생각한다.” 
     
    ②빅5병원 등에서 온 환자 37명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빅5병원이나 인하대병원 등에서 암 진단을 받고 길병원으로 온 환자는 37명이었다. 이중 실제로 치료받은 환자는 15명이었다. 나머지는 추가 의견(세컨드 오피니언) 정도로 생각하고 돌아갔다. 이는 전에는 없었던 사례다.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③환자 만족도 조사결과 94%로 높아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가 올해 10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전체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왓슨암다학제 진료’ 만족도 조사 결과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전체 94%에 달했다. 이전에 2016년 12월 7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환자 224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족도 조사에서는 전체 93%가 왓슨암다학제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암센터는 왓슨암다학제 진료 시 주치의를 포함한 5~6명의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을 바탕으로 치료 방침을 정하고 있다. 왓슨암다학제는 6명의 의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별로 최대 180분 진료가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왓슨은 수많은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진료 방침을 결정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④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일치율 7%p 상승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은 55.9%로 과거 후향적 연구 48.9%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의견 일치 분야를 ‘강력 추천’뿐 아니라 ‘추천’으로 확대시키면 대장암(결장암) 환자의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일치율은 78.8%였다. 과거 이뤄진 후향적 연구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대장암 환자(결장암) 6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은 48.9%였다.
     
    왓슨은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 사례를 비롯해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으로 나눠서 해당하는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이중 강력 추천과 추천이 실제 환자에게 권장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강력 추천’ 의견 일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진들이 왓슨의 의견에 동조했다는 의미다. 일부라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과 ‘추천’을 포함한 의견일치율은 대장암 중 직장암 분야가 77.8%, 위암이 72.7%의 일치율을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심사 기준 등으로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왓슨의 현지화도 시도할 것이다.” 
     
    ⑤권위 탈피, 왓슨다학제 진료 활성화
     
    “의료진들 사이에서의 이득은 왓슨을 이용해 원활한 다학제 진료가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암 환자에 대해 여러 진료과가 모인 다학제 진료를 할 때 상당히 권위적인 분위기였다. (진료과장 등에게는)질문 자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왓슨의 추천 결과를 토대로 환자 상태를 논의하다 보니 원활한 의견 수렴이 가능해졌다. 경직된 의료 문화를 탈피하고 토론문화가 정착됐다.
     
    다학제가 잘 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잘 되지 않고 싸우기만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다학제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학제를 통해 서로 의견을 낸다고 하지만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남이 말하면 기분이 나빠하고 듣지 않았다. 하지만 왓슨이라는 기계에 대해 기분 나빠할 일이 없기 때문에 다학제가 가능해졌다. '닥터 왓슨'이 아니라 '좋은 참고자료'의 왓슨이 결과를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토론 문화가 생겼다. 인간이 발생할 수 있는 에러를 줄여주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⑥의료비 절감, 수가체제 변화 대응
     
    ▲길병원은 궁극적으로 왓슨을 병원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왓슨으로 수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학제 진료비 정도를 받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결국 왓슨으로 병원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게 되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좋은 치료성적을 내면 최상의 수가를 받는 정부 정책 방향을 미리 대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도 최고 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항암제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환자 1인당 1년 약가는 1억300만원이다. 해당 약이 필요한 환자 2만4000명에서 1만명만 투여해도 13조원이 들어간다. 결국 정부는 수가를 현실화시키지 않으면 급증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가치(value) 중심으로 수가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는 치료를 얼마나 잘 했는지나 의료의 질(quality)로 따져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때 인공지능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