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산부인과·소아과 처참한 지역격차 근본 문제 '저수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지역별 격차가 무척 큰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전국 249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모두 없는 곳이 49곳에 달했다. 하지만 강남 3구로 분류되는 서울 서초, 강남, 송파 지역에는 산부인과 107개소, 소아과 97개가 몰려 있어 도심 지역에 집중화가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이 같은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수가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지역별 차등수가제’의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한 가지 놓친 점이 있다. 지역별 차등 수가제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의료취약 지역에 산부인과가 적은 것은 낮은 수가와 지역 공동화, 노령화 때문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저수가에 시달리는 산부인과, 특히 분만병원이 높은 임대료와 유지비를 감당해야 하는 강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욱 몰려있는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산후조리원’과 ‘비급여’에 있다. 산후조리원은 1995년경 대한민국에서 생겨난 것으로, 갓 태어난 아기와 산모를 1주~1달여간 보호하고 관리해 주는 전 세계 유일무이의 ‘반’의료기관이다. 산후조리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만의 ‘산후조리’ 문화와 출산, 육아 휴직에 관대하지 않은 노동 환경 등이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수가’가 있다.
산후조리원과 비급여 1인실 입원과 검사 등은 '분만'만으로는 도저히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분만병원들이 자체 개발한 ‘상품’에 가깝다. 병원들은 보전 받지 못한 수익을 산후조리원 운영과 비급여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산후조리원은 건강보험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크고 고급스럽게 운영하며 높은 비용을 책정할 수 있다. 비용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산모들의 만족도도 무척 높아, 전액 본인부담임에도 산후조리원의 이용률은 산모의 75%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모순적인 의료 양극화의 문제가 발생한다. 분만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산후조리원 병행 운영이나 추가 비급여 시술이 필수가 됐다. '산후조리원과 비급여 시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만 분만병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지역의 분만병원은 생존할 수 없었다. 동일 분만수가로 묶인 비용만으로는 24시간 분만팀을 운영할 수 없고, 가끔 터지는 의료 사고에도 대비할 여력이 없었으며, 심지어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도 일정 부분 보상책임을 져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분만 저수가가 낳은 결과는 어떨까. 분만병원 서울 94곳, 경기 122곳, 그리고 강원도 23곳, 전남 14곳이라는 처참한 지역별 격차를 낳았고 분만병원은 줄어드는데 산후조리원 시장은 커지는 웃픈 상황이 연출됐다. 저소득층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하는 건강보험이 되레 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역효과를 만들어냈다.
의료 자원과 비용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료는 공급자가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비용 제재나, 무분별한 자원 공급은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언뜻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가 부모가 되는 날, 의사와 간호사 여러명이 투입된 고위험 수술로 분만수가 20만~40만원을 지불한 직후, 연결된 산후조리원에서 평균 300만원을 내야 하는 이유를 보다 정확히 알게 된다면 그들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